분노의 전쟁터 조두순 집 앞… 이웃은 집 내놓고 피난길

입력 2020-12-14 04:02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이 12일 경기도 안산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뒷짐을 진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돌아온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집 근처는 13일에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1000여 가구의 연립주택이 들어선 이곳에선 조두순의 집 근처 방향 쪽으로 가림막이 설치되고 있었다.

60대 후반의 한 주민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조두순이 온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런 난리가 없었다”면서 “취재진이 몰려들고,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합류하면서 한가하던 주택가 골목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조두순 주거지를 한치라도 가까이서 보거나 촬영하려는 취재진, 유튜브 방송 BJ들 때문에 화단이 다 망가지고 여러 시설이 부서졌어요.” 말을 마친 그는 서둘러 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담벼락에 둘러쳐진 가림막은 외부인들이 조두순 집을 보지 못하게 해서 인파가 몰리지 않게 하려는 동네 주민들의 임시방편이었다.

13일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모습. 취재진과 주민이 몰리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안산=최현규 기자

조두순 자택으로 진입하는 입구는 경찰이 경찰차와 경비병력을 동원해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전날 밤 시민들의 이목이 출소하는 조두순에게 쏠리면서 이곳엔 150명이 넘는 유튜버들이 드나든 것으로 추산됐다. 조두순이 거주지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30명이 넘는 유튜버가 골목길을 빼곡히 채우고 일제히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인근 주민들은 “그러잖아도 조두순 때문에 걱정인데 이제 유튜버니 개인방송 BJ니 하는 사람들은 제발 좀 이곳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밤새 (유튜버들에 대한) 주민신고가 이어졌다”면서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도 쉽지 않아 오늘부턴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외출하다 마주친 50대 주부는 “여기는 어린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부들도 많이 산다”며 “조두순이 이웃이라 생각하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 이사하려고 집을 내놨다는 주민이 수두룩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40대 초반의 가장인 남성은 “조두순이 사는 연립주택에도 우리 가정처럼 맞벌이하는 부부가 아침 일찍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출근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수업을 받는 아이들한테 당분간 절대 바깥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아이 2명을 키운다는 한 남성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고도 저리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여성은 “저런 사람에 대해선 주거도 옮기게 하고 감시도 철저하게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 흉악 범죄자의 인권은 지켜줘야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외면받아도 되느냐”고 호소했다.

앞서 조두순은 전날 오전 9씨쯤 법무부의 관용차량을 타고 자신의 집이 있는 골목에 들어섰다. 이미 이 차량은 출소 직후 성난 시민들에 의해 상당 부분 파손돼 있었다. 앞유리가 깨지고 우측 뒷좌석 문쪽은 움푹 패어 있었으며, 군데군데 달걀세례를 받은 흔적이 뚜렷했다.

출소 사실을 알고 이곳으로 몰려든 안산 시민들은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안산에서 추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큰 목소리로 “네가 왜 여기로 돌아왔느냐”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두 발로 걸어 들어오느냐”고 울부짖기도 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만기출소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