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백신과 미·중 공정경쟁

입력 2020-12-14 04:04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안면마비, 오한, 40도 이상 고열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백신 사전판매가 지구 인구보다 많은 80억회분을 넘어섰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각국 정부에 부작용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고 있다. 서방에선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의 횡포를 소수만이 지적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은 이탈리아 등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방역물품을 제공하는 방역 협력을 진행했다. 현재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을 인도네시아, 터키, 브라질 상파울루주 등과 2억회분 이상 계약해 공급하고 있다. 필리핀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일대일로의 전략 대상국인 미얀마,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북한 등에 인도주의적 협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국이 개발하는 백신이 글로벌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코로나19로 붕괴 직전에 몰린 다급한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서방은 중국 의료의 해외 진출과 중국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필자 역시 우한에서의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 방역당국이 보여준 의심스러운 태도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서방과 한국 사회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신 안전성 여부와 관련해 임상 검증을 하지 않고, 편가르기식 정치 선동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미반중 진영에선 코로나가 우한에서 발병·확산된 점에 초점을 두고 중국 때리기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백신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요즘 미국에선 매일 신규 확진자가 20만명, 사망자는 3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부터 먼저 접종을 하게 만들겠다는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다. 자국민 백신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백신을 지구촌에 공정하게 공급하겠다는 중국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생명안전의 위기 상황에서 강대국들이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라기보다는 전략무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인구 20%에 대한 백신의 균등 공급을 목표로 하는 다자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의 선판매와 공급 추세를 보면, 내년 상반기 부자 나라에 대한 공급 과잉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면 코로나 쟁점이 빈곤 지역에 대한 백신·치료제 분배와 의료방역 격차 확대로 이동할 것이다. 내년 백신 공급을 둘러싼 지구촌 핵심 어젠다는 제3지대 빈곤국가에 대한 공정성, 공정 분배, 공정 외교와 같은 공정 경쟁 문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중의 전방위적 전략경쟁을 둘러싸고 우리나라에서도 한쪽 진영의 선택을 강요하는 정치선동 방식의 주장이 상당하다. 올해 미 퓨리서치센터의 국제 비교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영국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이 조사의 비교대상에서 제외된 아세안과 같은 제3지대의 관점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실용주의적 태도가 노골적인 편이다. 한국도 코로나 등 생명안전 문제에 대해선 편가르기식 미·중 전략경쟁의 관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필자의 순진한 몽상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도 제3지대와 같이 실용과 공정, 그리고 협력의 관점에서 코로나와 같은 지구촌의 쟁점들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내년 지구촌에서 어떤 행위자가 보건방역 취약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하는지, 더 많은 인류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와 관련해 공정과 협력의 거버넌스가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