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전속고발권 유지 과정서 공정위원장 패싱 논란

입력 2020-12-14 04:05

당정청의 전속고발권 폐지 백지화 논의 과정에서 주무 부처 수장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 수정안을 내놨다. 이 안은 다음 날 국회 전체회의에서 통과, 확정됐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 후 당정청과 사전 논의를 거쳤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측은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공정거래법 수정안 마련에 앞서 지난 6일 당정청은 모임을 갖고 마지막 조율 과정을 거쳤지만 이 자리에 정부 측인 공정위 관계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당청에서 아예 공정위원장에게 참석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3일 “이날(6일) 청와대와 이견이 있었지만 설득이 잘 됐다”면서 “공정위 측에는 별다른 설명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당정청회의에 앞서 긴박하게 돌아간 민주당 내 비공개 공정거래법 태스크포스(TF) 운영도 마찬가지였다.

공정위 수뇌부는 여러차례 민주당 측에 TF에서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 위원장 등 공정위 수뇌부는 전속고발권이 유지된다는 것을 정무위 전체회의 직전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신문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공정위 내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이었다면 이렇게 대놓고 당이 공정위를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이 전속고발권 유지 이유로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잘하고 있고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하면서 논의 과정에서는 위원장에게 귀띔조차 안 해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종 관가에서는 이번 사안을 당청이 정부를 동등한 카운터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 격으로 내려다보는 시각이 또 다시 반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공정위야 처음 겪겠지만 재난지원금, 세제개편안 등 정부안이 번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뒤집하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재희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