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파 무색… ‘양의지 효과’에 초반 FA시장 후끈

입력 2020-12-14 04:02
이번 자유계약(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오른쪽)이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7년 최대 85억원 조건으로 두산과 계약한 뒤 전풍 대표이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예상을 넘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시즌 폐막 20일도 지나지 않아 50억원 안팎의 ‘빅딜’만 2건이 성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영 악화에 직면한 각 구단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거액의 계약이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양의지(33)를 거액으로 영입해 창단 첫 정규리그(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NC 다이노스의 성공담이 ‘투자는 곧 성적’이라는 인식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초반 FA 시장의 중심에는 두산 베어스가 있다. 두산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쏟아진 FA 7명 가운데 2명이 거취를 확정했다. 그중 두산과 계약한 내야수 허경민(30)은 첫 테이프를 끊었다.

허경민은 지난 10일 계약금 25억원에 4년간 연봉 10억원씩을 합산한 총액 65억원에 계약했다. 4년 계약을 만료하면 3년간 총액 20억원을 받고 추가로 뛰는 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이 옵션을 포함하면 허경민은 내년부터 7년간 총액 85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액도 크지만 ‘4+3년’ 형태의 계약을 맺은 것도 국내에서는 이례적이다. 허경민은 2024년 이후에 잔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연봉을 다소 낮춰도 7억원 이상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허경민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의 다른 내야수 FA 최주환(32)은 지난 11일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2000년대 후반 ‘왕조’를 세웠던 SK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꼴찌를 겨우 벗어난 9위에 그쳤다. 전력 보강을 위해 최주환을 4년간 계약금 12억원과 연봉 합산 26억원, 옵션 4억원으로 총액 42억원에 영입했다.

최주환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16홈런 88타점 타율 0.306을 작성한 2루수 자원. 장타가 강점으로 꼽힌다. 팀 타율 0.250로 부진했던 SK는 최주환을 영입해 타격과 경험을 보강하게 됐다.

11일 SK 와이번스와 4년 최대 42억원으로 계약한 내야수 최주환의 모습. SK 와이번스 제공

SK는 최주환의 영입을 위해 8억1000만원의 보상금, 혹은 5억4000만원과 보상 선수 1명을 허용하는 조건을 두산에 제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주환을 영입하면서 들인 비용만 50억원을 웃돈다. 최주환은 “SK 우승을 목표로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에 이르지 못했다. KBO리그 720경기에 총합 32만8317명, 포스트시즌 13경기에 9만6082명이 입장했다. 포스트시즌 수입 총액도 38억원으로 지난해 88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NC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도 배당금을 12억7000만원만 받았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의 배당금 27억원의 절반도 안된다.

이에 따른 FA 시장 냉각이 우려됐지만, 정작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 비교적 원활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NC가 2019시즌부터 두산에서 양의지를 4년간 총액 125억원으로 영입해 ‘우승 DNA’를 이식한 선례가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하위권으로 처진 옛 강자들의 순위 반등 목표가 맞물려 FA 시장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FA 계약을 맺지 않은 한 구단 관계자는 “일부 구단이 외국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FA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