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선교관은 돌아온 선교사들 품는 영육의 쉼터”

입력 2020-12-15 03:06
이상윤 감리교웨슬리선교관장(왼쪽)과 조정진 웨사본 상임이사가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선교관에서 환영의 손짓을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유례없는 전염병 확산으로 선교의 최전방에 있던 수많은 선교사가 지친 몸과 영혼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상당수는 잠시라도 편히 쉴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이들을 위해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 홍성국 목사)가나섰다. 웨사본은 2017년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리교웨슬리선교관을 세워 일시 귀국한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이 머물 곳을 지원해왔다.

이상윤 감리교웨슬리선교관장과 조정진 웨사본 상임이사는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님과 같은 이들이 ‘빈방 있나요’라고 물으며 문을 두드린다면 기꺼이 준비된 방을 내어드리겠노라고 말한다. 이들을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선교관에서 만나 사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설립 계기는.

조정진 상임이사=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모체다. 지방에서 치료를 위해 서울을 오가는 소아암 환아를 위해 경기도 부천에 빌라 4채를 마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선교사들이 편안하게 지낼 곳을 지원해주자는 마음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웨슬리선교관을 개설해 조그맣게 시작한 것이 9개 지역 26채로 늘었다. 코로나19가 오히려 확장의 전환점이 됐다. 일부 교단 선교관은 자체 파송 선교사가 아니면 못 쓰는 현실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선교사들을 단 한 명도 놓쳐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선교관 사역이 갖는 의미는.

이상윤 관장=전방에서 돌아온 선교사들의 후방 지원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선교사 사정을 잘 아는 스태프를 배치해 입국부터 출국까지 지원한다. 치료비나 선교사 자녀를 위한 장학금도 지원하는 등 선교사 가정 전체를 지원하려 한다. 교파를 초월해 지원하기에 공감대 형성의 효과도 있다. 선교사들을 하나로 묶는 시작점이다.

지난 9월 22일 화요 정기 예배 후 참석자들이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웨사본 제공

-코로나19를 지나오며 선교관 존재 이유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을 것 같다. 지난 1년간의 감회는.

이 관장=그동안 한국교회는 영적 전쟁터에 나간 해외 파송 선교사를 위한 후방지원이 적었다. 코로나19로 전방에서 상처 입은 선교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각 교회의 후원과 장기기증 사역에서 얻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역이 성장할 수 있었다.

조 상임이사=선교사들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과 연대가 안 되던 현실이 안타까웠다. 따뜻한 방에서 예수님을 맞이한다는 마음으로 귀국한 선교사들이 방 하나만이라도 편히 쓸 수 있게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선교사들의 상황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하나님께서 축복의 통로를 열어주신 것이 아닐까 한다.

-선교사 자녀들까지 지원하는 것의 의미는.

조 상임이사=부모들이 선교사로 헌신했음에도 교회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자녀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선교관의 지향점은 결국 다음세대다. 다음세대 간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비전을 세워주고 다음세대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빈방 있어요’ 성탄절 캠페인의 계기는.

조 상임이사=‘만사형통하리라’라고 고백하면서 왜 선교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후원자 1명이 한 달 1만원 후원으로도 선교사들의 숙소와 식사비용 지원이 가능한 ‘만사형통384운동’을 매달 25일 연중으로 펼쳐 1만4명의 후원자를 모집하려 한다.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을 어떻게 품어야 할까.

이 관장=영적 싸움으로 연약해진 선교사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회복시켜줘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쉼을 얻은 자만이 사막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해외의 복음 전도 인력을 후방에서 보듬지 않으면 선교는 쓰나미에 쓸려나갈 수 있다.

조 상임이사=코로나19 위기로 한국교회에 공동 과제가 생겼다. 선교 전방이 허물어지면 그 위험부담은 한국교회가 끌어안게 되고 성도를 이끌 동력도 잃게 된다. 선교관의 패러다임을 바꿔 공적 영역으로 올려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