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에 크게 실패한 미국에서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가 10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을 권고함에 따라 FDA의 최종 승인이 곧 떨어질 전망이다. 모더나 등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심사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돼 기대했던 집단면역 효과를 거둔다면 그만큼 빨리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백신 보급 속도가 경제 정상화의 시기를 좌우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우리 정부의 백신 관련 대응이 우려된다. 정부는 백신을 내년 2~3월부터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접종은 내년 2분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접종에 돌입한 영국, 곧 시작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4개월 이상 격차가 나는 셈이다. K방역의 성과에 안주해 상황을 너무 낙관하다 백신 구매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유럽이나 미국처럼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 백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 위험을 안고 강행하겠지만 우리의 경우 서둘러 접종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유럽·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니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지켜본 뒤 들여와도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코로나 3차 유행이 없었거나 일찍 진압이 됐다면 박 장관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했을 테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여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3차 유행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고, 중증 환자 병상은 부족하며, 일선 의료진의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89명으로 사흘째 700명 선에 근접했다.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 비율은 20%를 넘어섰다. 이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역학조사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뜻한다.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백신을 빨리 접종할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백신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다, 우리 국민이 가장 먼저 접종할 백신으로 유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FDA 승인이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3차 유행 대응뿐 아니라 조속한 백신 확보에도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사설] 뒤처지는 백신 확보 우려된다
입력 2020-12-1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