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울산… ‘어게인 2012’ 무패우승 보인다

입력 2020-12-11 04:08
울산 현대 공격수 주니오(가운데)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 베이징 궈안과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에서 골을 넣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주니오는 전반 21분 페널티킥 선제골과 전반 41분 추가골을 넣고 2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울산은 2012년 이후 8년 만에 ACL 무패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2개 대회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의 아픔을 안았던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가 2020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8년 만의 ‘무패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울산의 외국인 공격수 주니오가 ‘중거리포’를 포함한 멀티골을 상대 골문에 꽂아 넣고 해결사 역할을 했다.

울산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중국)과 ACL 8강전에서 2대 0으로 완승했다. 지난 6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16강전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던 울산은 토너먼트에서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4강으로 진출했다.

울산은 2012년 ACL에서 ‘철퇴 축구’를 앞세워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12전 10승 2무를 기록하고 우승했다. ACL 사상 유일의 무패 우승. 이번 대회에서도 울산의 파죽지세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은 이날 경기까지 7전 6승 1무를 기록했다.

울산은 올해 ACL에서 17골을 넣은 최다 득점 팀이다. 베이징도 울산 못지않은 화력을 무장했다. 12골로 득점 3위에 있다. 여기에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이끄는 베이징 수비진은 조별리그부터 7경기에서 4실점만을 허용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은 2009년과 2012년 조별리그에서 베이징을 2차례씩 모두 4차례 상대해 전승을 거둔 전적이 있다. 하지만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두 팀 모두 경기를 지배할 수 있어 공을 최대한 소유할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면서도 “공 소유의 마지막에 슛을 통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침착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작전을 구상하는 울산의 김도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국, 골 결정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김 감독의 예측은 적중했다. 올 시즌 K리그1 득점왕(26골) 주니오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주니오는 전반 21분 원두재가 상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올린 크로스를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이 슛은 베이징 수비수 김민재의 오른팔을 맞았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끝에 울산의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나선 주니오는 침착하게 골문을 열어 선제골을 뽑았다.

주니오의 골러시는 멈추지 않았다. 공격 점유율을 높이던 베이징의 패스미스가 발생한 전반 41분, 주니오는 공을 낚아채 페널티박스 중앙 외곽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다. 주니오의 발을 떠난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울산은 난적 베이징을 상대로 이미 전반에만 두 골을 넣어 승기를 잡았다.

베이징의 공세는 후반전에 불붙었다. 후반 5분 알란의 왼발 슛, 후반 18분 골대를 맞춘 비에라의 강력한 중거리 슛, 후반 22분 공격진의 연이은 슛으로 울산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울산은 골키퍼 조수혁의 선방과 수비진의 집중력으로 번번이 위기를 벗어났다. 조수혁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에 합류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울산 전력에서도 제외된 골키퍼 조현우를 대신해 출전한 ACL에서 ‘슈퍼세이브 쇼’를 선보였다.

울산은 올해 국내에서 ‘2인자’의 설움을 겪었다. K리그1에서 2년 연속으로 준우승에 머물렀고,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에 발목을 잡혀 우승컵을 놓쳤다. 하지만 ACL에서는 맹위를 떨치며 또 한 번의 무패 우승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2승이 남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