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첫 논의 후 24년 만에 공수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벽두 출범’을 당부했다. 공수처장 선출을 위해 1년 만에 법을 개정한 더불어민주당도 연내 출범을 목표로 신속하게 후속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반발과 야당 추천위원의 법적 대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공수처장 추천 절차에 돌입하면서 내년 1월엔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의결 후 당원 게시판에 “공수처 설치는 24년을 끌어온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국민의 공수처’로 탄생해 발전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개혁의 8부 능선을 넘었다”며 “권력기관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운동으로 시작된 공수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2012년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당선되면서 다시 논의가 본격화됐고, 지난해 12월 30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초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이 지연되며 아직까지 출범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개정법 시행 즉시 다음주 초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후보자 9명을 다시 심사해 최종 후보 2명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장 많은 득표(5표)를 받았던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대한변협 추천)과 전현정 변호사(추미애 장관 추천)가 최종 후보로 선출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천위원들의 뜻에 달려 있지만 새 후보를 추천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수처장 후보 검증에 필요한 시간과 추천위 절차 등을 고려해 연말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가 “비토권 박탈을 사유로 한 의결무효 확인·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공수처 출범을 막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초대 공수처장 인선만큼이나 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도 관심이다. 여권은 법 개정에 따라 공수처장을 선출하고 공수처가 공식 출범하면 권력형 비리나 고위 공직자 부패 행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각종 부패·비리 혐의를 망라한다.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까지 포함된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고위 공무원 등이 대상이다.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해당된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 입법·사법부 고위 공직자도 모두 해당돼 수사 대상은 7000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검사가 2000여명, 법관이 30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정치권에선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윤 총장과 배우자가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 총장이 공수처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수사하는 기관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했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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