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오는 학생들 참 예쁘지. 근데 그냥 놀다 가라고 말해. 노인정 둘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있으니, 애들이 좀 많이 오겠어. 봉사 활동 계획서에 써온 대로 커튼을 빨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십 분 간격으로 커튼을 떼었다 붙였다 해도 모자라. 그나저나 빨고 널고 할 것도 없어. 블라인드로 바꾼 지 오래여. 또 뭐냐? 풀 뽑고 마당을 쓴다고 써오는데, 시멘트 바닥이여. 화분에 고추 몇 포기 심는 게 다여. 그리고 맨날 방바닥 물청소하면 늙은이들 궁둥이에 진물 사태가 나. 또 다들 말벗해 준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찾아오는 날에는 핸드폰이나 하라고 외려 부탁하지. 안마도 필요 없어. 저기 전동 안마기도 잘 안 써. 삭신 다 부서져서 삭정이가 돼. 그냥 개구리처럼 자기들끼리 조잘거리는 게 좋아. 입학시험에 필요하다니까 오기 싫어도 오는 거 아니겠어. 여기 오는 이유가 뻔해도 싫지 않아. 진짜 마음이었다면 대학생이 되고 취업한 뒤에도 찾아와야지. 첫 월급 타면 베지밀이라도 들고 와야지. 안 그래?
이정록 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중
아이들은 점수 때문에 봉사활동을 한다. 아이들이 찾는 노인정의 어르신들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계획서에 적어내는 커튼 빨기 등도 별무소용이다. “진짜 마음”이 아니고 도움이 되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싫지 않다. 조잘거리는 것만 봐도 좋기 때문이다. 시집은 고교 교사인 시인의 ‘청춘 시집’으로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