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정 공수처법 통과… 중립성 훼손 우려한다

입력 2020-12-11 04: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날 개정 공수처법 통과에 대해 중립성 훼손 우려가 나온다. 국민적 기대를 모은 애초 공수처 도입의 취지가 이번 개정안에 살아 있는지를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통과된 공수처법 원안을 일방적으로 손을 댔다. 문제는 개정된 조항들이 법안의 성격과 취지를 바꿀 핵심이라는 점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3분의 2’인 5명으로 완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야당 측 위원 2명의 비토(거부)권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공수처는 입법·행정·사법부를 막론하고 고위 공직자 7000여명의 부패 범죄와 직권 남용을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이런 조직의 책임자를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공수처법을 단순히 ‘개정’했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다. 법안 성격이 판이하게 됐고, 공수처 반대론자들의 우려대로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기구’에 가까워졌다. 여당의 행태는 정치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의석수 부족으로 일단 비토권을 주는 것으로 범여권과 합의한 뒤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자 그 약속을 원천무효로 했다는 비난을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처 검사의 임명 요건을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하고 재판, 수사 또는 조사업무의 5년 이상 실무경력 요건을 삭제한 것도 문제다. 이는 판사나 검사 등의 경력이 없는 변호사 출신이 공수처 검사가 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처에 수사 관련 경험이 없는 인력이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비합리적 조항으로 바뀌니 친정부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 공수처법이 통과된 데 대해 “공수처 설치는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신속하게 출범하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자축하기에 앞서 앞으로 처장 임명과 운영 과정에서 국민적 우려를 씻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처장 추천위에서 보다 중립적인 인사를 선임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 자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