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온다’ 안산 발칵… “응징” 예고에 “무서워” 범벅

입력 2020-12-11 00:06
아동 성폭행 혐의로 복역한 조두순의 출소를 이틀 앞둔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주택가에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조두순 출소가 다가오면서 온오프라인에서는 분노와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새 주소지를 수소문해 응징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뉴시스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조두순(68)의 출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분노와 불안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이사한 조두순 가족의 새 주소지를 적극적으로 수소문하거나 공개적으로 응징을 ‘천명’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인터넷상의 조두순 관련 커뮤니티들은 조두순 출소가 다가오면서 점점 불이 붙는 모양새다. 10일 둘러본 이들 온라인 카페에서는 회원들의 ‘조두순 새집 찾기’가 한창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며 조두순의 아내가 최근 안산시 내에서 전입한 것으로 알려진 새집의 정확한 주소지를 찾고 있었다. 관할 경찰서나 주민센터 등을 방문해 ‘왜 조두순의 새 주소지를 공개하지 않느냐’며 항의한 이도 있다고 한다.

한 회원은 “지난달 말부터 이 동네 숙박업소에서 숙식하며 조두순의 새 주소를 찾고 있다”고 적었다. 이 회원은 “새 주소지로 예상되는 골목 인근에 최근 1주일 간격으로 안산시가 만든 초소가 새로 설치되고 있다”면서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회원은 “조두순이 제일 두려워할 것은 시민의 보복”이라며 “출소 당일 오전에 모이자”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다.

반면 동네 주민들은 조두순의 출소가 다가오면서 불편함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조두순이 출소 후 지낼 것으로 알려진 동네에 사는 20대 박모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두순 가족이 우리 동네로 이사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는데 요즘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며 “조두순이 우리 동네에 온다니 화가 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자경단’의 활동으로 조두순 가족의 전입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이 ‘조두순 마을’로 낙인찍힐까 우려한다. 자신을 동네 주민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조두순 주소 인근’이라며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어린이집 건물을 촬영해 올리면 어떡하느냐”며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관할인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관계자는 “출소 당일 경비 계획이 계속 바뀌고 있다”면서 “새 주소지 인근에서 신고나 민원도 계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두순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본질적으로 ‘가해자에게 관대한 사법 시스템’을 향해 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두순은 자신의 범행과 범행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출소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국이나 미국처럼 각각의 범죄에 대한 형량을 합산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상대로 위해·위협을 예고하는 ‘사적 제재’는 범죄 모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영글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오랜 시간 규율을 정하고 구체적인 범행 방식을 모의한 경우에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