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장 성추행 건은 외부에 조사 일임” 책임회피 논란

입력 2020-12-11 04:01
연합뉴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7개월만에 재발방지 대책을 내왔다. 시장 성추행 건에는 아예 관여하지 않고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이 다루게 한다는 내용이다. 시장 성추행 문제에는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것이라 “성추행 대응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는 10일 온라인브리핑에서 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 외부전문가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 15명이 대책위를 꾸린지 약 4개월 만이다.

특별위는 시장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기존 내부견제 수단을 폐기하고 외부 조사에 의존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사건을 인지한 뒤 여성가족부에 통지하면 경찰이나 인권위가 수사·조사한다.

서울시는 사실상 시장 성추행 사건에 손을 떼게 된다. ‘성추행 사건의 책임 있는 처리’를 약속해온 서울시 원칙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직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지금도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장과 직원 간 이중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서울시는 “내부 직원이 시장을 견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시장 성추행 건에서 아예 손을 떼는 건 ‘퇴보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내부 대응 절차만 사라졌다는 뜻이다. 피해자가 경찰이나 인권위에 수사·조사를 요청하는 건 원래부터 가능했던 사안이다. 되레 피해자 보호가 소홀해지고, 내부 정밀 조사 기회가 사라지는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시는 “사건이 외부로 넘어가더라도 피해자 보호는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특별위는 시장 사건 신고 접수 시 직무배제 요건 및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시장 비서실 구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비서실 직원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장을 시행한다.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 업무지침’을 마련한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미흡했던 시장단 비서실 직원에 대해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피해자가 원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잡했던 성희롱 사건처리 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