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원투펀치마저 잃을 판… 곰 ‘후덜덜’

입력 2020-12-11 04:0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떠나는 외국인 우완 크리스 플렉센(26·미국)에 이어 정규리그(KBO리그) 유일의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28·도미니카공화국)의 일본 한신 타이거스 이적설이 불거졌다. 올 시즌을 끝내고 쏟아진 자유계약선수(FA) 7명 중 1명만 붙잡아 전력 보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잃을 위기에 놓였다.

두산 관계자는 10일 “플렉센 측이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에 합의한 사실을 구단으로 통보했다”며 “알칸타라의 한신 이적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이날 “플렉센이 시애틀과 2년간 총액 475만 달러(약 51억5000만원)에 입단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플렉센에게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3년차부터 매년 100만 달러의 성과급, 트레이드 시 25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질 것이라는 계약 조건도 전해졌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로부터 플렉센을 영입하면서 들였던 자금은 외국인 신인의 계약 상한액인 10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다. 플렉센의 몸값이 연간 2배 이상으로 상승한 셈이다.

플렉센은 KBO리그 21경기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시즌 중 발등골절상을 입고 2개월을 휴식했지만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유독 가을에 무승 3패로 부진했던 알칸타라와 다르게 플렉센은 포스트시즌에 승승장구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씩을 쌓아 준우승에 기여했다. 메츠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두산에서 반전시킨 셈이다.

일본에서는 알칸타라의 한신 이적설이 제기됐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이날 “한신이 KT 위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알칸타라와 협상 중”이라며 “한신이 여러 구단과 경쟁에서 앞서 있다”고 전했다.

알칸타라도 플렉센처럼 올해 두산에서 성공을 이룬 투수다. KT 소속이던 지난해만 해도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로 평범했지만, 올해 입단한 두산에서 다승왕을 차지하고 제7회 최동원상까지 수상하며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두산은 올 시즌을 마치고 두 외국인 투수와 더불어 다량의 FA 계약도 진행해야 한다. 이날 내야수 허경민과 7년간 최대 85억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투수 유희관·이용찬, 외야수 정수빈, 내야수 김재호·오재일·최주환이 FA로 남아 있다. 2015년부터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을 일궈낸 주역으로 평가되는 베테랑들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하고 두 시즌 만에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양의지의 선례가 두산 선수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모든 FA의 재계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 관계자는 “계약을 순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