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기상청 예보가 연일 빗나가면서 홍수 피해를 키운 것은 과거 데이터로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잘못된 예보를 기민하게 수정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따라서 민관 협업 체계를 강화해 상황별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합물관리 정책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기상전문업체 케이웨더의 김동식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상에 100% 족집게 기상 예보는 없다”며 “민관이 힘을 모아 예보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홍수기에는 하천 지역 예상 강수량과 댐 방류량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여름 홍수기 때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는데.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여름 기록적 폭우가 이를 증명했고 기상 오보는 대규모 홍수피해로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기상청 예보관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년에는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보는 과거 수치 모델에 기반해 예보관이 최종 판단을 하는 구조다. 지난여름 강수량 예측이 어려웠던 까닭이기도 하다. 기상청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한국 사람이 유럽 국가의 예보를 더 믿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100% 족집게 예보는 없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상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홍수기에는 여러 날씨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풍수해 상황에 극단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보를 결정하는 기상청 예보관의 전문성도 강조돼야 한다. 더이상의 순환식 인사는 위험하다. 케이웨더에도 한 우물만 판 예보관이 상주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의 민관 예보 능력은 상당히 높다. 다만 기관은 잘못된 예보를 빠르게 수정하지 못한다. 지난여름에도 그랬다. 전문 예보관을 육성해 데이터와 예보관 능력을 조화시키는 대책이 시급하다.”
-기술 측면에서 기상 예보 발전 방향은.
“현재 기상청은 한국형 수치 모델 외에도 영국 모델과 다양한 나우캐스팅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장비의 경우 독자 인공위성·최첨단 기상레이더와 라이다(Lidar)·관측 항공기·기상관측선 등 세계 10위 수준의 장비를 갖췄다. 인력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에 속도를 내야 한다. AI의 꽃은 기상 예보다. AI를 활용한 예보 시대는 앞당겨질 것이다. 예보관 역량도 이에 맞춰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기상 예보 체계를 평가한다면.
“민관 협업 체계가 많이 미흡하다. 기상청은 정부 기관이므로 예보를 보수적으로 발표한다. 민간 예보는 상대적으로 과감하다. 예보가 빗나갔을 때 신속히 수정하고 이미 발표한 예보로 피해가 발생하면 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기상산업진흥법에 기반해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기상청과 민간이 예보 정확도 경쟁을 하는 건 소모적이다. 기상청이 기본적인 예보 데이터를 제공하고 민간사업자가 이를 활용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유통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민관이 상생하면서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는 협업 모델이 자리 잡는 추세다.”
-홍수 피해를 줄이는 기상 예보 모델은.
“특정 지역에 쏠리는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늘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대응하는 것은 좋지만 기상청 전문가·예보관만 모인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극한 기후는 앞으로 지속할 텐데 맞춤형 예측 모델도 없다.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기상청 기상 예보를 각 상황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하고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케이웨더는 자체 예보를 분석해 고객사인 빵집에는 그날 빵을 몇 개 만들어야 하고, 식당에는 소주·맥주 판매량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지 수치로 알려준다. 날씨 정보만으로는 가치가 낮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는 모델이 중요하다. 홍수 피해를 줄이는 방법도 같다. 각 하천 지역 예상 강우량을 파악하고 어느 수준의 방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
-해외 태풍 예보를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각국 태풍 진로예측이 일치하긴 쉽지 않다. 해외에서 발표하는 국내 예보는 자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태풍 솔릭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 서해를 지나 수도권으로 강타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은 경남지역에 영향을 미친 뒤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일찌감치 수정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수도권에서 서산, 군산, 광주 등으로 서서히 태풍 진로를 수정했다. 이렇게 수차례 정정한 예보를 두고 기상청이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재난 피해를 줄이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수 전문가는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의 특성과 피해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예보가 필요하다. 5~6년 전 태풍 진로에 대한 독자적 예보를 시작한 만큼 이를 고도화시켜야 한다.”
-물과 기상 예보 기능을 통합 관리할 필요성은.
“물 관리 방법은 수십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이 되는 기후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여름 댐이 넘쳐 홍수 피해가 커졌는데 댐과 관련한 기상 예보가 잘못된 경우였다.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 기상장비와 예보관을 통합해 일원화된 물관리 예보를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강수량 통계 중심으로 물관리 정책에 활용했지만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는 기후변화는 더욱 세밀하고 발 빠른 접근을 요구한다. 기습적 폭우 같은 국민 생활에 가까운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 폭염·꽃가루·낙뢰·미세먼지 등 신(新)재해에도 대응해야 한다. 예로부터 치수는 국가의 근본이라고 했다. 견고한 물관리 정책으로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통합물관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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