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목회자 자녀로 살다 마음의 병… 부활의 증거 앞에 단번에 극복

입력 2020-12-14 03:03

어렸을 때부터 ‘부모니까 자식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지, 동생이니까 오빠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며 가족에게 내 기준을 주장하며 자랐다. 이런 기준은 내 자신에게도 적용돼 목회자 자녀니까 단정한 복장과 예의, 각종 예배와 찬양, 행사 참가에 앞장섰고, 교회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부모님이 선교사 파송을 받아 독일로 이민을 갔다. 학교에서 한 친구가 내게 “야. 우리 반의 동양인 한 명은 매주 교회에 간대. 기도도 매일 하고 성경이랑 하나님도 믿는대. 완전 미친 거 아니야?” 그 소리에 즉시 자리를 피하고 목회자 자녀라는 것도, 교회에 다니는 것도 철저히 숨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이런 비참한 모습을 견딜 수 없어 소리를 지르다가 감정조절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 결국 안면신경마비 현상까지 왔다. 수많은 검사에도 이상이 없었지만 안대를 써야 잠을 잤고, 물도 빨대로 마셨다. 결론은 스트레스라는 진단에 ‘하나님! 제 믿음을 해결해 주세요. 당당히 크리스천임을 말하는, 인생을 뒤엎을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세요.’ 온몸으로 부르짖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급기야 ‘진짜 하나님이 살아 계신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 무렵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한마음교회에 다녀온 후 밝게 변했다. 어머니의 권고로 한마음교회 수련회에 참가한 첫날, 같이 있던 형이 “넌 예수님 믿니?” 했다. “예, 저 모태신앙이고 목회자 자녀에요” 했더니 ‘예수님을 어떻게 믿느냐’고 다시 물었다. 머뭇거리는 내게 사도행전 17장 말씀으로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증거는 부활’이라고 했다. ‘어? 증거?’ ‘증거’라는 말이 새롭게 들렸다. 내게 느껴지든 느껴지지 않든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었다. ‘진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구나! 예수님은 진짜 하나님이시구나!’ 부활이 확실해지니 가슴이 철렁하며 말로만 하나님을 믿는 척하며 철저하게 나만 생각했던 엄청난 죄가 비춰졌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구원받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삶은 온전히 주님의 것이고 이제는 주님을 위해서 사는 것이 마땅한 것임을 깨달았다. 바로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부활이라는 증거를 주셨는데 내 방법만 고집하며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합니다.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온 후 가족들과의 관계가 단번에 회복됐고 더 이상 크리스천임을 숨기지 않고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독일을 떠나 캐나다로 갔다. 그곳은 개인적인 신앙을 말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담대히 복음을 전했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던 생명과학을 전공한 어느 형은 복음을 듣고 ‘누구도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어’라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뀔 수 있겠다며 고마워했다. 부활의 증거는 어떤 이론이나 기준도 무너뜨리는 능력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지금 나는 캐나다에서 간호사로 2년째 일하고 있다. 남자인 내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잘 할 수 있을지 염려도 됐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할 때 어떤 환자든 사랑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주셨다. 나만의 기준과 틀에 갇혀 눌리고 포로 된 삶을 살던 초점이 하나님의 기준으로 바뀌니 어떤 상황이든 자유하기만 하다. 계속해서 이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오직 말씀만을 나의 절대 기준으로 삼아 하나님만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보람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