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 온라인 성경읽기 릴레이… ‘보이스 바이블’이 탄생했다

입력 2020-12-11 03:01
강일교회 한 성도가 지난 10월 두 딸과 함께 성경을 녹음하고 있다. 강일교회 제공

시작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하는 일은 어느 조직에나 중요하다. 영혼 구원을 위해 복음의 첫 씨앗을 뿌리는 교회 공동체에는 더욱 그렇다. 많은 교회가 설립을 기념하는 예배, 이웃 초청 행사, 음악회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행사, 선교사 파송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며 초심을 되새기고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곤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는 이 같은 활동을 멈추게 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서울 강일교회(정규재 목사)도 이를 피할 순 없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성도들과 50주년 기념 사역들을 논의하고 준비했지요. 그런데 코로나19와 함께 대면 사역에 제동이 걸리고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준비한 사역을 펼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새길을 내주셨습니다.”

성도 502명의 동참으로 완성된 '보이스 바이블' 접속 화면. 강일교회 제공

정규재 목사가 말한 ‘새길’의 핵심은 ‘성경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것’과 ‘비대면 시대에 주어진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9일 통화에서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지킨 초대교회 성도들을 떠올리며 지난 7월 온라인 성경통독수련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A성도가 스마트폰으로 성경 4~5장을 녹음해 단체카톡방에 올리면 성도들이 함께 묵상하고, 다음 날 B성도가 이어서 성경 녹음 파일을 올리는 릴레이 방식이었다.

정 목사는 “장년 성도들이 2개월 동안 신약성경을 통독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세대가 동참해 하나의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 성도까지 502명의 목소리가 담긴 성경 66권 1189장은 지난달 27일 ‘50주년 보이스 바이블’이란 이름으로 교회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각 구절을 맡은 낭독자의 이름을 클릭하자 명랑한 청년, 묵직한 중년, 생의 여정이 묻어나는 노년, 더듬더듬 엄마 음성을 따라 하는 영유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생각지 못한 감동과 비전의 발견은 덤이었다. 네 살배기 딸, 남편과 함께 마태복음 25장을 낭독한 김미연(39) 집사는 “녹음한 구절을 다시 들을 때마다 아이가 부모의 숨소리까지 따라 한다는 걸 느끼게 돼 신앙적 롤모델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며 “코로나19로 힘겨웠던 한 해였지만, 아이와 성경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된 것이 최고의 감사거리”라고 말했다.

요한계시록 21~22장을 맡아 보이스 바이블의 피날레를 장식한 곽수연(29)씨는 “2021년 청년 복음화에 대한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대면모임이 중단되면서 교류가 끊긴 청년들이 많았는데 보이스 바이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신앙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도구로 청년들과 교제할 내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가족별 보이스 바이블, USB를 활용한 심방용 보이스 바이블 등 성경을 더 친근하게 곁에 둘 수 있는 아이디어를 사역에 접목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