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13년 꿈 ‘공공자가주택’, 현실에선 찬밥 신세 [스토리텔링 경제]

입력 2020-12-11 00:02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3년 전인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줄기차게 ‘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공공자가(公共自家)주택’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변 후보자의 공급 안에 대한 협의를 당부하면서 변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공공자가주택 도입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런 주택이 부동산 난맥상을 해소할 대안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토지공개념서 출발…‘거처’기능 극대화

변 후보자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자가주택은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두 모델 모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분양하는 대신 소유권 처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하되 집값이 오를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거두지는 못하게 해 ‘거처’로서의 주택 기능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변 후보자는 2007년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 주택도시연구원에 제출한 논문에서 이 두 주택을 공공자가주택의 대표 유형으로 소개했다. 이런 모델은 모두 토지(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개별 소유자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인 만큼 부동산 소유자가 그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환수를 해야 한다는 ‘토지공개념’에서 출발한다. 부동산 시세차익이라는 ‘불로소득’이 투기를 유발해 주거비 상승은 물론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메커니즘이다. 변 후보자는 한 일간지 칼럼에서 “팔기 위한 주택이 아닌, 살기 좋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이 전면 도입되면 ‘로또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당첨자만이 신축 아파트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는 형태는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이런 정책들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자산 성격 없는 집? 시장 호응 불투명

환매조건부 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노무현정부는 경기도 군포시 부곡동 휴먼시아 5단지에 환매조건부 주택 415가구와 토지임대부 주택 389가구를 분양했다. 당시 분양가는 일반 공공분양보다 2000만원가량 저렴했고,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환매조건부 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0.1대 1에 그쳤다. 입주자 추가 모집에도 27가구 92%가 미분양됐고, 환매조건부 물량을 결국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토지임대부 주택 역시 2011년과 2012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에서 각각 385가구, 402가구 분양됐다. 분양가에서 땅값이 빠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됐다. 그러나 5년의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뒤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10억원 넘게 오르면서 일반 분양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토지임대부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30년으로 늘리고 LH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낮은 수익성도 고민거리다. 분양자가 토지분에 대한 월세를 31~45만원가량 내지만, 건설 비용 대비 수익이 낮아 이후에 오랫동안 시행되지 않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일 “주택은 거처라는 사용가치와 자산으로서 교환가치 두 가지 성격을 갖는 것인데 공공자가주택은 이 중 교환가치를 배제한 개념”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주택을 자산의 하나로 보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환가치 없는 주택이 다수의 호응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호응과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 민간보다는 정부와 공공 주도로 공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재정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게 ‘특별한 노력’을 당부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가격뿐 아니라 ‘입지’도 성패 요인

변 후보자는 과거 환매조건부 주택의 실패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보다 10% 정도 저렴해 ‘무늬만 반값’이었다”며 가격 문제를 꼽았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못지않게 ‘입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공공주택 특성상 입지마저 좋지 않다면 수요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도심에 입지가 좋은 공공주택을 마련할 부지가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의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정부가 용적률 상향에 따른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공급 의무 기준을 높이면서 재건축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모범 사례 싱가포르? 한국은 다르다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싱가포르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싱가포르는 공공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이 주택시장의 90%를 차지한다. 토지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주택 소유권만 분양자에게 부여하는 식으로 한 뒤 의무거주기간 5년을 지나면 자유롭게 처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주택 시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8% 수준이다. 앞으로 새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로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 주택 시장의 판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주택 공급 특성상 공공자가주택이 당면한 전세난과 ‘패닉 바잉’ 등을 잠재우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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