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정부·여당은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새로 열린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 개정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 “김여정 하명법”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6월 담화를 통해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자, 정부·여당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도 무리하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념 대립 과정에서 갈라진 우리 민족은 아직도 분단된 채로 남아 있다.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지상과제이자 중대한 국가 목표이다. 헌법은 전문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이라고 해 평화통일을 국가적 사명으로 천명하고 있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의 목표와 그 실현 방법으로 평화통일의 수단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의 목표는 민족 구성원의 자유 확대를 통한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고 전쟁이 아닌 평화만이 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가 지향했던 통일국가는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1단계로 남북연합을, 2단계로 느슨한 연방국가를, 3단계로 대통령제 또는 미국·독일식 연방국가를 설정한 다음, 2단계 연방국가에 진입하기 위한 전제로 북한이 먼저 복수정당제와 자유선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민주화돼야 한다고 한다.
물질적 평등을 추구한다던 북한은 수령의 권력을 절대화할 뿐 정의롭지 못한 독재체제다. 주민의 자유와 자율을 억압하는 북한식 세습독재체제가 통일국가의 모습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평화적 통일 과정에서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으로서 북한의 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 변화와 변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평화통일 목표가 민족 구성원 자유의 확대이고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생명 안전 보호법’ ‘한반도 평화 증진법’ ‘남북관계 개선 촉진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생명의 안전과 보호, 한반도 평화는 북한에 대한 굴종적 태도가 아니라 철저한 안보 태세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북한 집권세력이 구호를 요청하는 우리 국민을 총살했음에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반색하고,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불참한다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11월 탈북어민 2명을 북한 요구에 따라 강제로 북송했다. 김정은 세력은 그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고, 탈북에 성공해도 남조선 정부가 강제 송환할 것이라면서 단속을 강화했다고 한다. 이번 대북전단금지법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반헌법적·반인권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향해 “그들이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아니하며 두 나라로 나누이지 아니할지라”고 선언하셨다(에스겔 37장 22절). 하나님 말씀에 따라 남북한에서 자유와 인권이 확대되고 정의와 공정 그리고 사랑과 진실이 실현된다면, 잘 익은 과일이 자연스레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한반도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성큼 다가올 것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