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무신론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가치 중립적인 도구입니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의 입지까지 추락시키는 ‘악마의 유혹’으로 여기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미국 캘리포니아 ‘시티 오브 호프’ 병원 소속 연구소에서 혈액암을 연구 중인 김영웅(43) 박사의 이야기다. 현재 미국서 재택근무 중인 그는 최근 ‘과학자의 신앙공부’(선율)란 에세이집을 냈다. 책에는 미세환경, 인슐린 등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은총을 발견해낸 그의 기록이 담겼다. 김 박사를 지난 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10세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는 모범적인 ‘교회 오빠’였다. 고3 수험생 시절, 교회 수련회 조장으로 활동하면서도 명문대에 입학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4대 병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입성하면서 ‘신앙의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믿었다.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싣고 전 세계로 강연을 다니는 유명 교수를 지도교수로 모셨고 장학금도 받았다.
성공을 눈앞에 뒀다고 확신했을 무렵 문제가 생겼다. 지도교수 논문에서 치명적 결함을 발견한 것이다. 교수는 ‘손이 잘못돼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지만, 여러 차례 실험하고 타인의 손을 빌려봐도 결과는 같았다. 양자택일의 시간이 다가왔다. ‘함구하고 잘 나가는 미래를 택할 것인가, 양심을 택한 것인가.’
김 박사는 양심을 택했다. “많이 갈등한 게 사실이에요. 사회 정의나 신학적 이유로 거창하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계획을 믿었어요.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과학자의 양심과 공명하면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줬지요.”
이후 지도교수의 논문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그는 인디애나대 의과대를 거쳐 2016년 지금의 연구소에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김 박사는 그간의 신앙을 돌아보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하나님을 정말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먹구구라도 신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요. 신학·영성 분야 책을 100권 넘게 읽었습니다.”
신앙을 돌아보며 발견한 것은 ‘과학도 지식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고, 둘 다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다. “과학과 합리적 이성은 하나님께서 만든 창조세계의 창조 비밀과 신비를 밝혀줍니다. 그런 면에서 반과학적 태도는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닙니다.”
김 박사의 바람은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허용한 이성과 논리를 활용해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여태껏 새로운 발견을 해 오면서 저는 한 번도 하나님의 창조가 허구라거나 거짓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창조를 향한 더 큰 경이감으로 무릎 꿇는 예배자가 될 뿐이었지요. 꼭 생물학이 아니라도 다채로운 분야에서 하나님 창조의 신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많이 생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