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 있다”더니 병상 부족 현실로… 뒤늦게 민간 협조 촉구

입력 2020-12-10 00:09
연합뉴스TV 제공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명 중 8명이 수도권에 몰리며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하며 거점 중환자 전담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환자 병상 확충 노력이 한 박자 늦었다고 지적했다.

9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즉시 사용 가능한 중증환자 병상은 전날 기준으로 전국에 43개 남았다. 수도권으로 한정하면 12개로 줄었다. 경증환자와 중등도 환자들을 수용하는 감염병전담병원의 가동률도 서울에선 81%, 경기도에선 87%를 넘었다. 병상 배정 대기자도 다수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282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177개인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을 연말까지 331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중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병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대한중환자의학회 등 의료계는 권역별 거점전담병원을 지정해 장비와 시설,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의료계·과학기술계 단체들이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김제형 고려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에 하나라도 거점전담병원을 만들자”며 “흩어진 환자들을 한 병원에서 관리해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의료체계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확진자들의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병상 대기는) 무증상·경증환자들에게 병상을 배정하고 이송하는 행정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라며 “공급상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중환자 병상을 확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발병 11개월이 지났고 이미 전문가들이 3차 유행 가능성을 말했다”며 “유행단계별로 중환자 병상이 얼마나 더 필요하고, 병상을 마련하려면 민간에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사전에 정부가 소통을 주도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임시 병상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졸속행정 논란도 일었다. 서울시는 중랑구 서울의료원 등에 150개 규모의 컨테이너식 이동병상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구조가 치료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문이 없어 문 하나만 열면 음압이 풀리는 형태”라며 “공개된 구조를 보면 음압병실이라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