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본회의 격돌… 야당 3개 법안 콕집어 필리버스터

입력 2020-12-10 04:02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은 문(文)주공화국”이라며 헌법 1조에 빗댄 표현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3시간 동안 쏟아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9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대북전단 살포 처벌 조항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국가정보원법 3개 쟁점 법안 저지에 나섰다. 쟁점 법안 외 나머지 법안 의결에는 협조했다.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하면서도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엔 끝까지 반대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다. 당 지도부는 필리버스터를 법안 처리 이전 원내에서 합법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할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예정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의석 174석과 열린민주당, 무소속 의원 등 범여권 의석을 합치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석 이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는 4선 중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다. 김 의원은 오후 9시부터 밤 12시까지 3시간동안 반대토론을 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이던 김 의원 낙선을 위해 청와대가 경찰 수사를 지휘했고 이에 따른 정권연루 의혹 무마를 위해 공수처 설치를 강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순간 대한민국은 문(文)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필리버스터 안건으로 고려했던 사회적참사진실규명법(사참법) 개정안과 5·18역사왜곡·진상규명특별법(5·18특별법)은 철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 지난해 민식이법 통과가 필리버스터로 지연됐다고 비판받으며 여론전 빌미를 제공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합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공수처 설치의 부당함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본회의 정회 후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민주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전원위원회는 ‘정부 조직에 관한 법률안이나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 주요 의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이 의안을 심사토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워 ‘1일 1법’ 전략으로 차례차례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조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고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킬 수 있다. 다만 종결 동의 제출 시점으로부터 24시간이 지나야 종결 동의 표결이 가능하기에 3개 쟁점 법안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3일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미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맞대응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당시 임시국회 회기를 2~3일씩 쪼개 진행했던 일명 ‘살라미 전술’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또 본회의 토론에 나서서 법안의 의미를 설명하는 등 맞불 전략에 나서기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우리 쪽에서도 법안의 필요성 등 발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우 이가현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