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DPi 결과 뒤집고 “내용 달라 의견 안들었다”는 검증위

입력 2020-12-10 04:03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 결과를 뒤집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정작 ADPi와 검토 내용이 달랐다며 ADPi 측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실 주도로 국가 정책이 바뀐 초유의 사태에 국무조정실은 “(책임 소재에 대한) 답변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공항검증위는 ADPi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ADPi는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을 검토했고,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적정성을 검증했다”며 “(ADPi와) 검토 내용이 상이했다”고 답변했다. ADPi는 밀양과 가덕도, 김해 등 복수 지역을 놓고 평가한 것이고,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이라는 단일 후보만 놓고 평가한 것이어서 검증 대상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계획은 ADPi의 용역 결과를 근거로 했고, 검증위는 이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검증위가 문제 삼은 장애물(산) 절취와 V자 활주로에 생길 수 있는 트래픽(교통체증)을 ADPi가 왜 검토하지 않았는지 ADPi 측에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위는 자신들의 검증 대상이었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기능적 측면에서 관문공항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김해신공항에 대해 사실상 합격 판정을 내렸었다.

그럼에도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검증위는 논란을 의식한 듯 사전 질의응답 자료에서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최종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라는 질문을 만들어 “많은 보완 필요사항들이 확인됐고, 장애물 절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자문자답했다.

검증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 시절 설치한 기구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10년간 확정된 사업에 대해 총리실이 위원회를 꾸려 기존 결정을 뒤집는 새로운 결정을 한 사례가 “없다”고 답했다. 이번 검증위 설치와 정책 재검토가 초유의 상황이었던 셈이다. 재검증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첨예한 의견 대립이 지속돼 현실적으로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관부처(국토부)와 이해당사자(부산·울산·경남)가 총리실에 문제해결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검증위가 내린 결론에 대한 책임 주체를 묻는 말에는 “검증위는 80회의 위원회 회의를 거치는 등 치열한 토의와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며 “미래 상황을 가정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계획을 만든 국토부 담당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국조실은 덧붙였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