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밤하늘 수놓은 300여대 드론 군무, 감탄 자아내

입력 2020-12-10 00:28
지난달 14일 강원도 강릉 대도호부 관아에서 열린 ‘강릉 문화제 야행’에서 공연을 마친 다온아이앤씨의 드론 300여대가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 카메라를 장시간 노출해 시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드론 LED의 궤적을 담았다.

국민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았다. 사랑·진실·인간을 사시로 창간된 국민일보의 모습을 드론 신기술을 통해 보여주려 했다. 지난 11월 드론 라이트 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강원도로 향했다. 까만 밤 드론들의 군집비행이 하늘을 수놓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LED(발광다이오드)가 탑재된 공연용 드론의 궤적으로 국민일보의 사시를 표현하기로 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군집텍 지사에서 서정호 대표가 드론 비행 시뮬레이션을 점검하고 있다.

‘국민일보 창간 32주년 드론 비행’을 기술적으로 지원한 군집텍의 서정호 대표는 이런 아이디어를 반신반의했다. 카메라의 촬영 기법인 ‘장노출’을 이용해 실시간 움직이는 드론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드론 공연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직원과 함께 국민일보 제작에 사용되는 ‘국민본명조체’와 ‘국민본고딕체’를 이용해 ‘사랑·진실·인간·국민일보’를 그리는 드론의 움직임을 설계했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영월에서 군집텍의 드론이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카메라로 장노출 기법을 활용해 드론에 탑재된 LED의 궤적을 담았다.

비행은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했다. 드론은 정교해진 RTK(Real Time Kinetic)-GPS 시스템의 제어 아래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RTK는 지상의 고정된 기준점을 추가해 서로의 신호를 비교하며 위치를 실시간으로 바로잡아준다. 기존 미터 단위의 오차를 cm 단위로 줄여 정교한 글자 표현이 가능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인 첫 비행을 마치고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의 적정 노출값을 도출해냈다.

비행을 앞두고 한 직원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군집비행을 하는 드론은 비행 전 상태를 체크하고 비행 중에도 자이로 센서와 모터 회전수, 기체 진동을 실시간 확인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마침내 드론은 9분30초 동안 하늘에서 국민일보의 사시와 사명을 그려냈다. 글자를 그리는 드론의 모습은 빛의 궤적으로 남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드론의 위치, 시간에 따른 움직임, 그리고 빛, 세 가지 요소가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이미지로 탄생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줄기를 차지하는 드론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텔의 드론 1218대가 오륜기를 표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 2년이 지났다. 우리 곁에 찾아온 드론 기술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글=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