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치 사라지고 대치만 난무한 21대 첫 정기국회

입력 2020-12-10 04:03
21대 첫 정기국회 회기가 9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졌던 20대와 달라야 한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수 여당이 힘의 논리를 관철하고 소수 야당은 전략 부재 속에 대립각만 세우는 모습이 반복됐다. 합의와 협치 정신은 사라지고, 일방 처리와 보이콧이 난무하는 살벌한 광경이 재현됐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대치했다. 여당이 법안 처리를 시도하자 야당은 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다. 지난해 12월 23일 패스트트랙 의결을 막으려고 야당이 벌였던 필리버스터는 1년 만에 국회에 다시 등장했다.

21대 국회는 상임위 배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오래 대립하면서 여당이 전체 상임위원장을 독점하는 체제로 시작됐다. 이후에도 진영 논리에 따른 공방과 대치로 점쳐됐다. 정기국회 국정감사는 여당의 노골적인 정부 편들기가 난무했다. 예산안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며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원전 수사,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을 둘러싸고 대치가 계속됐다.

국회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여당 책임이 크다.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부여받은 더불어민주당은 미리 정한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과시했다. 소수 야당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직 힘의 논리의 경직된 집행만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법사위는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면서 다른 상임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회부한 법률안에 대해 숙려기간 5일을 지키지 않아 야당으로부터 ‘날치기’ ‘입법 독재’란 비난을 들었다.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핵심 입장을 바꿔 전격 처리함으로써 정의당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통해 여당이 부여받은 힘을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반대만 함으로써 전략 빈곤을 노출했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의 기본 입장을 존중하되, 상식에 반할 정도로 비합리적인 독주는 반드시 저지하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