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어선 ‘주먹구구 방식’ 건조 잦은 기관 고장과 무관치 않아

입력 2020-12-10 04:06

낚싯배를 포함해 끊이지 않는 어선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관 고장’이 꼽힌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사고를 뜯어보면 10건 중 3건꼴로 기관 고장이 원인이었다. 연평균 1000건 이상의 사고가 접수되는 것도 잦은 기관 고장과 무관하지 않다. 사고가 단순 고장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어민들과 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기관 고장을 통한 사고부터라도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실한 어선 제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현 상태로는 사고를 줄이기가 힘들다. 어선 제조업은 누구나 별다른 자격 요건 없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주먹구구’ 식으로 소형 어선을 건조하는 일이 허다하다. 해양 당국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어선 사고 건수는 연평균 1737건에 달한다. 접촉 사고나 부유물 감김과 같은 불가항력의 사고도 있지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가 더 많다. 기관 손상 사고의 경우 연평균 537건이나 발생한다. 전체 발생 사고의 30.9%를 차지한다. 사고는 인명피해로도 이어진다.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사상자 수는 90.6명으로 집계됐다.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형 조선소와 달리 어선을 만드는 제조업계는 법망 바깥에 서 있다. 현재는 별다른 자격 요건 없이도 어선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대형선과 달리 부실하게 설계해도 문제가 없다.

이렇게 제작되는 어선 수가 많다는 게 우려를 더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어선 수는 6만5835척 정도다. 어선은 20년이라는 운용 연한을 적용받기 때문에 매년 3000척가량의 신규 제작 수요가 발생한다. 설비가 잘 갖춰진 곳에서 만들면 다행이지만 시설이 열악한 곳에서 제조한 어선은 안전을 담보하기 힘들다. 해수부 관계자는 “천막을 쳐놓고 배를 만드는 곳도 있고 불법 증개축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해수부는 내년 상반기 중 ‘어선 건조업 등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격 요건을 갖춘 곳만 어선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규제와 함께 기술 지원을 병행하기로 했다. 예산 400억원을 반영해 어선 설계 등을 지원하는 센터를 신설한다는 구상을 마련했다.

이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어선 건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형 제조업체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고가의 제조 시설 등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기술력을 키우고 비용 절감도 도모한다는 취지다. 구상대로라면 향후 수출도 가능하다는 게 해수부의 평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