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을 보면 ‘성적지향’ 문구가 나온다. 이 문구의 근거가 된 법률 조항이 있다. 2001년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다.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이 들어간 최초 사례다.
성적지향이 차별금지 사유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성 성행위를 법으로 정당화하고 이를 반대하는 의견 표현은 법률상 차별에 해당된다. 동성애와 성전환에 반대할 양심 신앙 학문 언론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당시 이 법 제정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성적지향 차별금지 문구의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제정을 추진하는 측에서 설명하지도 않았고 국회의원들도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2001년 3월 5일자 국회회의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적지향 문구와 관련해 단 한 군데 언급한 곳이 있다. 이 문구가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정지된 탤런트와 같은 경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참고인의 진술이다.
동성 성행위에 대한 법적 정당화 및 반대의견 표현이 차별행위에 해당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동성애 활동가도 성적지향이 포함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는 현실적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법이 통과된 후 “국회가 잘 몰라서 통과됐을 것” “동성애에 대한 도덕논쟁을 뛰어넘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성적 지향이 무엇을 뜻하는지 논의는 전무했다.
동성 성행위를 신앙적·도덕적·양심적 이유로 반대하는 당시 다수의 국회의원도 성적지향이 동성애자의 고용차별을 막는 것으로만 인식했다. 자신들의 동성애 반대 의견 표현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법 제정에 찬성했다.
강서시민연대 등이 2016년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지향 문구 삭제 개정의 필요성’ 포럼에서 축사한 김정록 김영진 전 의원 등은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당시 동성애를 법률상 옹호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국회의원들이 대표 발의를 하거나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찬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마땅히 설명해야 할 중요 사항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동의를 얻는 것을 ‘묵시적 기망행위’라 부른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지향 도입과정이 그랬다.
성적지향 문구는 제정과정에서부터 그 방법상 부도덕함이 있었다. 그 결과 주권자인 다수 국민과 그 대의기구인 국회의원들 다수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반민주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다수의 국민은 동성 성행위에 대해 도덕적·윤리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심지어 동성 간 성행위를 금지한 군형법을 해석한 대법원 판결도, 위헌여부를 심리한 헌법재판소의 다수 재판관도 3차례 이렇게 판단했다.
“동성 간 성행위는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로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다.” 성적지향 문구의 의미와 정반대되는 도덕적 평가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지향 조항은 제정 과정에서 묵시적 기망에 따라 반민주적으로 도입됐다는 중대 결함이 있다. 따라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성적지향 문구는 훗날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법 시안의 근거가 됐다. 이 조항 또한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조영길 변호사 (일터성경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