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독주’ 통과 법안 키워드는 ‘호남·열성 지지자·중도층’

입력 2020-12-09 00:08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 결의에 따라 순번을 정해 철야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국회사진기자단

174석 거대여당이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국가정보원법, 5 18왜곡특별법 각종 쟁점 법안을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몰아치기 입법’에 나선 건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걸었던 공약을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입법 지연에 추미애 윤석열 갈등까지 겹치면서 열성 지지층마저 당을 외면한 게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갈등 사안과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내년부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도입에 맞춰 경제에 주력해 재보선과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민주당이 7~8일 이틀간 단독 의결한 법안들을 살펴보면 열성 지지층을 겨냥한 법안들이 다수다. 여당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공수처법은 민주당 지지층의 숙원사업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공전하자 아예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켰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수처 출범을 위해 조국·추미애 전·현 법무부 장관이 모두 고초를 겪은 거나 다름없다”며 “9일 본회의에서도 먼저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소위에서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정의당 공조로 의결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사참법)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는 오는 10일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민주당으로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농성하는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특별조사위 운영 기간을 1년6개월 연장하고,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6개월마다 국회 보고가 의무화되고, 특조위 활동 기간 내 공소시효도 정지된다.

전날 법안소위 기습 통과에 이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한 5·18왜곡특별법은 호남 지지층을 의식한 측면이 짙다. 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처리할 것을 공언하며 공을 들여왔다. 5·18진상조사위원회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5·18진상규명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중도층을 겨냥해선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였다. 이 법안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중도층 쟁탈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이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

가장 논란이 됐던 ‘3%룰’의 경우 재계 반발을 고려해 사외이사인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각각 3% 의결권을 인정토록 했다.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은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는 대로 법사위를 거쳐 9일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법안 처리 속도가 애초 계획보다 더 빨라진 건 최근 지지율에서 보였듯이 지지층 민심 이반의 영향이 컸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야당의 반발은 불가피했던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차일피일 미뤄 논란을 키우는 대신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모두 끝낸 뒤 내년부터는 경제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도입되면 내년에는 경제 성장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