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고 옥한흠 하용조 목사,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와 함께 ‘복음주의 4인방’으로 꼽힌다. 이들은 모일 때마다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하나님 앞에 바른 목회자로 설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들 목회자의 다음세대인 최성은 지구촌교회 목사는 선배들의 길을 따르며 고민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홍 원로목사와 최 목사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로 밀알학교 이사장실에서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점검하고 극복 방향을 모색하는 연속 대담 네 번째 대담자로 만났다. 두 목회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복음의 순수성과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 중입니다.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홍정길 원로목사=6·25전쟁 때 석 달간 인민군 치하에 있었고 많은 죽음을 봤어요. 나이 80이 됐는데 지금도 그때 꿈을 꿔요. 이후에도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 격동의 시절을 보냈어요. 당시엔 죽을 것 같았는데 다 지나가더군요. 팬데믹도 지나가는 일 중 하나일 겁니다. 환란이 깊은 곳에 주의 은혜는 넘칩니다. 환란 중에 주님의 도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위로이고 축복입니다.
최성은 목사=위기는 계속 있었지만, 그때마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며 현존했습니다. 하나님이 인류 역사를 주관하고 이끌어 가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의로운 오른팔로 이끌어 주실 겁니다.
-코로나19로 교회도 위기입니다.
홍 원로목사=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어요. 우리 가정만 예수를 믿었어요. 예수쟁이라고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으려 했어요. 돌이켜 보면 교회를 미워하는 게 세상의 본질인 듯합니다. 자신들과 같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의 멸시를 받아 마땅한 일들이 교회 안에서 일어났어요. 밖에선 교회를 비난했어요. 어려울 때 수록 한국교회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최 목사=홍 목사님 말씀처럼 한국교회를 향한 미움은 두 가지입니다. 제대로 잘하니 시기와 핍박이 있었고 제대로 못 해 미움도 받았습니다. 한국교회의 지난 100년을 보면 우리가 못 먹고 못 살았을 때 순교자도 많이 나왔고 순결한 신앙인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잘살고 교회도 잘살게 되니 부흥의 의미를 숫자로만 보게 됐습니다. 부흥은 다시 살아나는 것인데 그 갈망이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저를 비롯해 모두가 회개하며 신앙의 본질을 찾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한국교회가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요.
홍 원로목사=사람을 바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걸 누가 만드나요. 가족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삶이 내 자녀에게 전수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말로만 가르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성경공부를 결혼예비학교부터 시작했습니다. 결혼이 무엇인지 교육했어요. 하나님도 사람을 어릴 때부터 키우지 않으셨어요. 어디서부터 교육했을까요. 바로 결혼 적령기의 아담과 이브로 시작했습니다.
최 목사=하나님은 코로나19를 통해 다시 한번 ‘교회가 세상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느냐’고 질문하시는 듯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홍 목사님 말씀처럼 하나님은 코로나19를 통해 팽창하던 한국교회를 창세기로 돌아가게 하신 듯합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만드신 단체는 가정뿐입니다. 가정은 하나님 축복의 통로입니다. 가정이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하고 선교지도 건강합니다.
홍 원로목사=스스로 돌아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다 보면서 나만 안 봅니다. 그리스도인이 다른 점이 있다면 시기 질투 미움 욕설 혐오 등이 밀려올 때도 ‘감사’라는 광맥을 찾아 산다는 겁니다. 그게 믿음이고 크리스천의 삶입니다.
최 목사=맞습니다. 깊은 영성, 묵상이 필요할 때입니다. 예수님의 인격을 닮아가는 제자훈련이 필요합니다. 소외당한 이웃을 사랑으로 구제하는 실천적 참여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의 상시화, 기후변화 등의 문제가 일상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홍 원로목사=코로나19로 학습됐기 때문에 앞으로 잘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학습효과를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역사의 비극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데서 시작됩니다. 독일 남부의 옛 유대인수용소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에겐 반복이란 보복이 반드시 있을 것.” 역사를 기억하면서 배워야 합니다. 교회도 마찬가집니다.
최 목사=코로나19로 교회 사역들이 멈췄습니다. 목회의 본질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2장 1~5절은 사도 바울의 목회 본질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예수와 십자가에 못 박힌 것 외엔 알지 않기로 작정합니다. 성령의 능력만 의지하며 하나님께만 영광 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잘 다스리라는 청지기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고 다스리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인간의 죄악에서 비롯됐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에 무책임했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사명감과 책임감을 회복하는 것, 교회의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학법 개정 움직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홍 원로목사=사실과 진실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도는 달라져야 합니다. 크리스천다운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주장하는 사실 때문에 미워하는 게 아니라 태도 때문에 역겨워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세상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이 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물인데 그들을 혐오스럽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 그들의 생각에 동의해선 안 되지만 그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최 목사=모든 기준은 성경입니다. 로마서 1장을 보면 사도 바울은 사랑으로 로마제국에 다가갔습니다. 유대인이건 헬라인이건 차별 없이 복음을 증거했습니다. 교회 안에선 이런 이슈에 대해 성경에서 뭐라고 했는지 올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복음 안에서 연합해 하나님의 뜻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의 진리가 위협받을 때는 타협하거나 물러서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대로 선포하는 신실함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를 통해 다음세대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을 교회가 어떻게 품고 영적으로 지도해야 할까요.
최 목사=디지털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젊은 세대는 종교적 관심이 어느 세대보다 낮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담는 그릇은 시대마다 변화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삶과 근본 목적을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어느 세대보다 어려운 시대에 방황하고 있으므로 예수님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도 포스트모던 세대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홍 원로목사=무례한 기독교가 돼서는 안 돼요. 그들을 윽박지르면서 1세대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어느 세대보다 종교에 대해,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2021년 새해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홍 원로목사=저뿐 아니라 지금 이 시기에 주님과 나 사이 관계에 막힌 부분이 어디인지를 깊이 되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크리스천에게 필요한 건 혁명이 아니라 개혁입니다. 개혁의 시작은 내가 바뀌는 겁니다. 자신은 안 바꾸고 다른 사람만 바꾸려고 해선 안 됩니다.
최 목사=그리스도인은 시간과 역사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상황과 상관없이 평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픈 말씀은 빌립보서 4장 6~7절입니다.
홍 원로목사=디모데후서 1장 7절은 디모데가 믿음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바울에게 유언처럼 받은 편지입니다. 내성적이고 유약한 디모데는 다가올 아버지의 순교가 얼마나 두려웠겠어요. 바울은 디모데에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라고 하셨습니다. 담대히 세상을 향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는 유일한 장소는 마음입니다. 능력, 스펙, 경험 이런 건 보지 않고 온전히 나만 보십니다. 세상을 향해선 담대히, 이웃에겐 사랑으로, 나 자신은 절제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2021년을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