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무시하고 불법 석탄 거래를 지속해 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두 나라는 최근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의식하지 않고 공공연하게 석탄 반출입 활동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올 한 해 중국으로 석탄을 밀수출해 벌어들인 돈은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WSJ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북한 깃발을 건 화물선이 중국 저장성 닝보-저우산항으로 수백 차례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중국 선적 화물선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적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WSJ는 북·중 석탄 밀거래의 증거로 국무부 관리와의 인터뷰 내용과 미국 정부 제공 위성사진 등을 제시했다. 석탄 1t당 80~100달러로 거래됐다고 가정하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9월 사이 3300만~4100만 달러(약 3585억∼4455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중 양측은 미국 등 유엔 회원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써왔던 각종 편법도 동원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불법 거래를 숨기려 외국 국적 선박을 임차하거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항해하는 등 감시 회피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항구에 입항하지 않고 공해상에서 몰래 선박끼리 접선해 석탄이나 석유를 밀거래하는 수법도 자주 쓰였다.
하지만 미 정부가 WSJ에 제공한 올해 8월 12일자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깃발을 내건 복수의 선박이 석탄을 싣고 닝보-저우산항 인근을 항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6월 19일자 위성사진에는 중국 깃발을 단 바지선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WSJ에 “별다른 위장이나 은폐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과거보다 안정적인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국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미 정부 관리는 “북한은 더 이상 제재를 신경쓰지 않는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직접 운송이 이뤄지고 있다”며 “2017년 대북 제재가 채택된 이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북 제재 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이행)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미 싱크탱크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국장이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