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의 ‘법관 사찰 의혹’을 문제 삼았던 현직 법관이 법원 내부망에 ‘전국의 법관대표들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날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사찰 의혹에 대응하자는 안건이 부결됐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법원이 ‘살아 있는 조직’임을 보여줬다는 취지가 글에 담겼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8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법관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해 법관대표회의에 ‘원칙적인 의견 표명’을 요청했던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논의해주신 전국의 법관대표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간절히 호소합니다’라는 글을 코트넷에 올리고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열린 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해 대응하자는 안건은 원안과 수정안 2개가 모두 부결됐다.
송 부장판사는 “결론은 지난주 ‘의견표명 요청’ 글을 쓰면서 예상하는 대로 됐다”면서도 “법관대표회의의 모습이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란 가치와 실현 방법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상호 비교·검토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원 안에 다양한 다른 생각들이 공존하고 있고,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여과·조정·수용될 수 있는 건강함이 살아 있는 조직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송 부장판사는 특히 검찰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예민한 정치적 상황이 지나가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검찰의 판사 정보 수집이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통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법관대표회의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선 글에서 “침묵이 강력한 동의의 의사표시가 될 수 있다”며 “누구를 편들자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할 말을 하자는 것”이라고 적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공감하는 반응이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적 해석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눈치만 볼 순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논의 과정 자체가 의미있었다는 데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