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친 코로나 연말따뜻한 작품으로 힐링을

입력 2020-12-09 04:08
새해에는 더 행복해지고 싶다. 이혼 4년차 지호(김강우)와 이혼 소송 중인 효영(유인나), 번아웃 증후군에 지친 재헌(유연석), 애인의 이별통보로 몸살 앓던 진아(이연희) 모두의 바람이다. 새해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한 뼘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이야기가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꿈꾸는 영화 ‘새해전야’에 담겼다.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사랑을 그린 영화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어느 때보다 삭막한 연말을 맞이한 지금, 물리적 거리는 넓히되 심리적 거리는 좁힐 방법이 있다. 올 한 해 한기로 가득했던 마음에 온기를 담고 싶은 시청자 바람을 담아 포근하고 안락한 작품들이 예열을 마쳤다.

휴머니즘으로 위로를

단절이 일상화 된 팬데믹 속 연말 콘텐츠 키워드는 휴머니즘이다. 올해는 넷플릭스 ‘킹덤’의 K좀비 신드롬을 중심으로 드라마 세계관을 넓히는데 일조한 장르물이 특히 많이 쏟아졌지만, 연말을 앞두고 콘텐츠 온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가 각박한 일상을 견뎌온 만큼 작품으로 위안을 건네받으려는 심리가 더욱 강해져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전할 휴머니즘 작품들이 연말을 데울 예정이다. 사진은 브리저튼 가문 8남매가 행복을 찾아 떠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제작사 제공

방송사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연말 준비에 한창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마지막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에 휴머니즘을 담은 드라마 ‘브리저튼’을 올렸다. 25일 성탄절에 공개되는 이 작품의 원작은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로, ‘미드 여왕’ 숀다 라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가 영국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아 연말을 한껏 감쌀 예정이다.

고인물 기자와 생존형 인턴의 성장기 JTBC ‘허쉬’. 제작사 제공

국내 방송사도 휴머니즘을 앞세워 연말 특수를 노린다.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황정민의 복귀작 JTBC ‘허쉬’는 고인물 기자와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 기자의 성장기를 담는다. 평범한 기자들이 생존과 양심의 경계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며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MBC드라마넷은 연말 라인업에 2016년 방송한 ‘역도요정 김복주’를 다시 올렸다. MBC는 “국가대표라는 외길을 꿈꾸는 주인공이 꿈과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를 통해 코로나19 속에서도 각자 목표를 위해 꿋꿋하게 노력해온 시청자에게 격려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신작 라인업에 오른 드라마 대다수가 박진감 넘치는 장르물이 아닌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동화 콘셉트에 방점을 찍었다. tvN ‘여신강림’과 JTBC ‘런온’은 휴머니즘에 로맨스를 섞은 청춘 드라마이고, tvN ‘철인왕후’는 판타지까지 더했다.

역시 연말엔 로맨스!

경기 불황이 이어질 때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로맨스보다 장르물을 선택하곤 했다. 로맨스가 특수를 누리는 연말에도 신작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로맨스의 핵심은 공감을 얻는 것이고 타깃층은 주로 2030세대지만, 젊은 층에 팍팍한 일상이 지속하면 환상을 심는 로맨스는 오히려 괴리감을 안겼다.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는 경쟁력을 잃었고, 이런 갈증을 스릴있는 장르물이 대체했다.

하지만 올해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져 고질적인 불황과 뼈아픈 사회 침체가 가속했다. 전례 없이 악화한 시대를 견뎌오다 보니, 로맨스로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가 다시 고개를 빼 들었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커플들의 일주일을 담은 영화 ‘새해전야’. 제작사 제공

“올 한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요, 이 작품으로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새해전야’를 만든 홍지영 감독의 말이다.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커플들의 일주일을 담은 이 작품을 비롯해 연말을 데울 로맨스 영화가 잇따라 포진해있다. ‘이별유예, 일주일’은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죽은 가람(권유리)이 알 수 없는 시공간에서 도착하면서 함께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인 약혼자 선재(현우)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판타지 로맨스다. 이 작품은 드라마면서 영화인데, CGV에서 147분 러닝 타임으로 먼저 상영하고 이후 SBS 케이블 채널과 OTT에서 30분 내외 10부작으로 편성된다. 짧은 호흡을 원하는 시청자와 영화관 감성을 선호하는 관객 수요를 모두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들이 한 소녀의 소원을 위해 합심하는 뮤지컬 영화 ‘더프롬’. 제작사 제공

이달 초 넷플릭스가 공개한 뮤지컬 영화 ‘더프롬’에도 오색빛깔 연말 분위기와 함께 훈훈한 인간미가 묻어난다. 애인과 졸업파티(프롬)에 갈 수 없게 된 시골 소녀와 그의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된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소녀의 소원 성취를 위해 힘을 모으는 이야기다.

영화관·OTT 연말 기획전도 따뜻함이 무기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러브레터’ ‘화양연화’ 등 고전 로맨스 영화가 극장을 다시 찾아 메마른 감성을 자극한다. 왓챠는 한겨울 눈 쌓인 호그와트 성을 배경으로 하는 ‘해리 포터’ 전 시리즈를 공개하며 연말을 준비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