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여 국회 본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수적 열세로 인해 법 개정을 저지할 뾰족한 수는 없다.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더라도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는 자동 종료된다.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선 이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며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현행 공수처법도 민주당이 만든 것인데 이걸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채 스스로 뜯어고치는 셈이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킨 것이 핵심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부여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선택한 사람이 공수처장이 돼서 검찰이 수사 중인 현 정권 관련 사건을 다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1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토권을 인정했다. 그러더니 비토권 때문에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지자 이젠 비토권을 떼버린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비토권을 악용해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킨 것은 사실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정 때부터 시간을 끌었고, 추천위원회에선 계속 반대표만 던져 후보 추천을 무산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야당의 발목잡기가 비토권 삭제의 명분이 되지는 못한다. 신설 권력기관을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필수 나사가 빠진 상태로 가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개정안은 공수처 소속 검사의 임기도 3년(3회 연임 가능)에서 7년(연임 제한 없음)으로 늘렸다. 이번에 임명되는 공수처 검사가 정권이 바뀌어도 상당 기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걸 두고 현 정권이 공수처를 계속 장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태섭 전 의원은 “판사·검사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권력기관을 만들고 그 책임자를 사실상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법은 독재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제발 잠깐 멈춰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체 시간표에 얽매여 무리하게 법 개정을 하는 건 잘못된 선택이다. 상당한 역풍을 부를 것이고 모든 후과를 오롯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사설]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강행은 위험하다
입력 2020-12-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