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는 주택을 구입한 뒤 소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집을 사기 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뜻으로 최근의 집값 급등이 소비 하락을 장기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8일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 ‘주택 구매가 가계의 최적 소비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비 수준이 주택 구매 이전보다 구매 이후 5.2%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9~2016년 한국노동패널을 토대로 주택 구매와 소비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주택 구매가 단순히 부수적인 가구·가전 등 내구재 지출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위축됐던 의류·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주로 저축을 통해 집을 산 경우만 감안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같은 대출의 영향은 배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동재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에 주택 구매를 앞둔 가계는 저축 등을 위해 소비를 줄일 유인이 있다”며 “주택 구매 시점을 기준으로 가계소비에 변화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상승한 점이 장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서울 주택시장에서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 주택 거래량 감소 추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계획된 주택 구입을 연기하게 된 무주택자들은 더 긴 저축기간이 필요해 소비를 증가시키는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우리 경제에서 50% 가까이 차지하는 소비가 주택시장 과열로 위축될 경우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성장 전망치는 8월 당시 -3.9%에서 -4.3%로 더 낮아졌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1%, 2.5%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 추산 규모는 올해와 내년 각각 852조원, 878조원으로 2022년(900조원)에 가서야 지난해 수준(89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