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엘림교회 민장기 목사는 잠시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살아온 삶의 흔적을 되새기는 듯했다. 민 목사는 올해 목회 30주년을 맞았다. 오직 예수만을 외치며 복음 전파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그를 9일 경기 군포 수리산로에 있는 교회에서 만났다. 교회 벽에 ‘전 성도 성경 필사 대회’ 소식을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전 교인이 지난 10년간 성경 통독을 했습니다. 내년엔 성경을 쓰려고 해요. 코로나19 시대에 교인들의 신앙성숙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내년 추수감사절 즈음에 시상하려 하는데 많이 신청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교회와 목회를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목회자가 된 동기를 털어놨다.
그는 30대 초반 친구와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았다. 교회 인근에서 동문 모임을 하다가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들른 것이다. 세 번째 참석하던 날 그는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드렸다.
교회 내 평신도 조장을 맡았고 전도 활동에도 나섰다. 공장 사장과 그의 가족 8명을 전도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공장이 어려워지자 공장 사장은 민 목사의 집을 담보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공장 사장은 사기를 치고 도망을 쳤다. 졸지에 그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잃고 말았다. 실망이 컸고 괴로웠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나님. 전도한 사람을 순수하게 도왔는데 제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기도원에 들어가 금식하며 기도했다. 며칠 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기도하던 중 “목회자가 돼라”는 음성을 들었다. 성령 세례를 받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1986년 신학교에 입학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순복음총회신학원과 한세대에서 15년간 강의했다. 군포 한세교회 등을 거쳐 2007년 11월부터 순복음엘림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순복음엘림교회는 성령 충만한 은혜가 생수처럼 흐르는 복음의 샘터입니다. 올해는 ‘아름다운 교회, 행복한 성도’라는 표어 아래 1만명 출석 성도를 바라보고 출발했습니다. 벌써 12월이네요. 늘 주 안에서 사랑으로 친교하며 남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민 목사는 원래 서양 화가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를 배웠고 서양화를 전공했다. 개인전도 3차례 열었다. 그는 그런 달란트를 활용해 ‘말씀서예’로 내년 달력을 만들어 성도와 지인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현재 교회는 2014년 9월 지었다. 대지 면적 7603㎡(2300평)에 연면적 1만3223㎡(4000평)로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다.
교회 곳곳에 민 목사의 신앙과 예술적 감각이 묻어있다. 밤에 빛을 발한다. 교회 전체를 가로로 두른 띠에 있는 크고 작은 구멍이 5분마다 무지개색으로 바뀌며 빛난다. 높이 솟은 LED 십자가도 밤에 1시간마다 흰색, 빨간색으로 바뀐다.
교회 내부도 성경을 조명해 만들었다. 예루살렘 성전의 다락방을 본떠 교회 1층과 2층 사이에 12개의 다락방 ‘기도굴’을 뒀다. 대성전 천장은 구약시대 지성소에서 하나님 말씀의 은혜가 밖으로 울려 퍼지듯이 디자인했다. 바닥은 지성소에서 예수의 피가 회중으로 흘러가듯이 강단의 빨간색 카펫을 성전 바닥으로 이어지게 했다.
교회 한쪽 벽면에 약수터를 설치해 지역 주민에게 약수를 제공한다. 지하 160m에서 하루 40t씩 암반수가 나온다.
암반수는 교회 건축 때 발견됐다. ‘혹시 유황 온천수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교회 부지에 지하수를 팠다. 민 목사가 바랐던 유황 온천수는 아니었지만, 암반수가 나왔다. 수질 검사결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산에서 나오는 건수(약수)보다 미네랄이 풍부했다.
순복음엘림교회는 1988년 9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지성전으로 설립했다. 2010년 1월 지성전 독립예배를 드렸다.
“교회 이름 엘림은 히브리어로 ‘강한 나무들’ ‘힘센 종려나무들’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성경의 출애굽기 15장 27절에 나오는 지역의 이름으로 12개의 샘과 70그루의 종려나무로 무성한 그늘이 있던 곳, ‘광야의 쉼터’와 같은 곳입니다.”
민 목사는 ‘엘림 성경 아카데미’를 개설해 성경 말씀을 전하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 두 학기 주일 7부 예배시간에 진행하는 이 강좌는 인기가 많다. 다른 교회 교인도 입소문을 듣고 참가할 정도다. 교재는 민 목사가 직접 만든다. 민 목사는 칠판에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강의해 이해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첨단과학 시대입니다. 신앙 지키기가 힘든 문화 가운데 살고 있지요. 그 때문에 일점일획도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알아야만 세상과 이단의 유혹에 미혹되지 않는 신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있는 신앙생활로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며 강건해 천사 같은 미소로 선하고 착한 일에 앞장서는 성도들이 되길 축원합니다.”
지역주민 섬김에 열심이다. 어르신을 위한 생일잔치를 매달 연다. 홀로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바자도 열고 있다. 수원역이나 안양역 근처에서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며 노숙인 위로 예배를 드린다.
교회 내부시설은 코로나19 방역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지침을 철저히 지킨다. 교인들은 마스크 착용과 발열 측정, 유증상(기침, 인후염 등) 체크, 전수조사, 손 소독, 거리 두고 앉기, 악수 대신 목례로 인사 등을 실천한다.
그는 한국교회의 예배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일상생활을 바꿔 놨다. 심지어 주일에 드리는 예배까지도 ‘온라인예배’라는 생소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러다 온라인예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양을 잃어버린 목자의 심정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예배가 회복되더라도 이전보다 교회 모임이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교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막연히 시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도 제목은 교회 부설 문화센터 건립이다. 지역 주민들이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교회 문턱을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구주로 오신 성탄절이 며칠 안 남았네요. 우리 교회에선 성탄 축하 가족찬양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악기연주, 율동, 콩트, 합창 등을 하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찬양할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민 목사의 표정은 밝았다. 새해를 앞둔 소년처럼 설레는 표정이었다.
군포=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