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에서 살아온 작가의 눈에 비친 비무장지대(DMZ)는 어떤 풍경일까.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갤러리룩스에서는 신진 이해반(31) 작가의 개인전 ‘강 하류에서 꿈꾸기를 한 조각상’전을 24일까지 연다. 전시는 전작 ‘DMZ 풍경 시리즈’(2012) 이후 새롭게 시도한 신작 ‘금강산(사진)’, ‘압록강’ 등으로 구성됐다.
DMZ 풍경 시리즈에서 보듯 작가의 회화 세계는 자신이 성장했던 휴전선 부근에서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강원도 접경지역 마을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유년 시절에는 자유롭게 걷고 사진을 찍기도 했던 장소들이 지금은 안보상의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거나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가의 안보를 관광 상품화하는 등 자본주의적 욕망이 접경지역의 삶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풍경을 작가는 특유의 붓질로 포착한다.
전시 대표작 ‘금강산’은 통일전망대보다 북쪽에 있는 대북관측소 ‘707 오피(op·observer point)’를 방문해 그곳의 대형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을 담은 것이다. 수려한 경관의 금강산과 산 중턱 곳곳에 자리하는 검은 사각형의 벙커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욱이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짧은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으로 빠르게 소묘한 뒤 기억을 더듬는 방식으로 색을 칠한 풍경에서는 불안감이 극대화된다. 자유로운 붓질과 얼어붙은 것 같은 색상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심리적 풍경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특정 장소가 지닌 지역적 맥락을 결부시켜 회화, 설치, 영상, 협업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