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최종 형량 변수로 떠오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성과를 놓고 전문심리위원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영수특검 측이 추천한 위원은 한계를 지적했고, 이 부회장 측 추천 위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추천한 위원은 종전보다 준법감시 조직의 독립성이 강화됐지만 선제적 예방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7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 홍순탁 회계사(특검 추천), 김경수 변호사(이 부회장 추천)로부터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점검 결과를 들었다. 강 전 재판관은 회사 내부의 위법행위가 예전보다 어려워졌지만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서 이 부회장 측이 전문심리위원 지정에 반대의견을 표했던 홍 회계사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혹평을 내놨다. 그는 모니터링 체계가 수립되지 않았고,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한 변호사 비용도 아직 조사되지 않았으며, 다른 임직원들에게 적용되는 대책이 최고경영진에게는 예외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가 외부 조직이긴 하지만 법령을 능가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유례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총수의 불법이 나타나더라도 위원회와 연계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정작용도 가능해졌다는 평가였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에 준법감시제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만든 뒤엔 이 부회장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특검은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 집행유예를 위한 제도’라 맞서 왔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양측이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와 관련해 의견을 밝힐 수 있게 했고, 그날 예정했던 결심공판을 30일로 미뤘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이 “어린아이 응석을 받아주듯 기일을 지정해 줬다”고 하자 특검 측 양재식 특검보가 “귀를 의심한다, 말이 되는 표현이냐”고 언성을 높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