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모씨가 올해 총선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김재현(50·구속 기소) 대표에게 “크게 되실 분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 대표 등 옵티머스 측 인사들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부실장 이모(54)씨와 식사자리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표 선거사무소에 대한 지원이 이런 만남 이후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김 대표 등 옵티머스 측 인사들이 이씨와 올해 초 식사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이씨가 정치권 일을 한다’고 들었지만 명함을 주고받거나 하진 않았다. 식사자리에는 옵티머스 로비스트를 포함한 여러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 사업 등과 관련한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김씨는 식사 만남 후 김 대표 사무실을 찾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앞으로 크게 되실 분과 일하는 분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며 사무실 집기 지원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금액도 크지 않고 별로 실효성 있게 도움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에 김씨에게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대표는 이씨가 이 대표 밑에서 일한다는 것은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알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김 대표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지원 대상이 이씨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간 김씨 등 로비스트들이 각종 사업을 성사시키려고 알아서 행동한 것이지 자신의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마찬가지로 이씨나 이 대표 사무소에 대한 추가 지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김씨는 이 대표 사무소 지원은 김 대표 지시를 받고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원을 주도한 주체를 놓고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책임 공방과는 별개로 옵티머스 측의 지원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불법성은 있었는지, 또 다른 금품 지원이 있었는지를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측이 향후 사업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이 대표 사무실에 지원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와 활동한 또 다른 로비스트인 전직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 역할도 주목하고 있다. 김씨와 신씨는 앞서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복합기 대여료 76만원 외에도 가구 등 1000만원 상당의 사무실 집기 및 사무실 보증금을 지원받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복합기 대여료는 옵티머스 자회사 트러스트올이 대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김 대표에게 언급했던 사무실 집기 등의 대금은 옵티머스 자금으로 인수한 대한시스템즈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후인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이 대표가 전남지사로 당선됐던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당원 당비를 대납한 혐의로 실형을 살기도 했었다.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씨의 사망과 관련해 전국 검찰청에 “사건관계인 조사 전 미리 조사 요지를 알려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윤 총장은 “방어권 보장이 수사 보안보다 상위 가치”라고 강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