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 죄송”에도… 文, 檢개혁 밀어붙이기

입력 2020-12-08 04:0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혼란한 정국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도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 바란다”며 검찰 개혁 의지를 거듭 밝혔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적 논란이 이어진다 해도 검찰 개혁 등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개혁을 위한 진통’이 되길 바란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등 ‘제도적 개혁’을 주문했다. 어떠한 진통을 겪더라도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점도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라고 못박았다. 여당 역시 야당과 첨예하게 대치 중인 공수처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재확인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의 혼란이 오래가지 않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결돼 나간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은 남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며 검찰, 경찰, 국정원 개혁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언급 과정에서 ‘취임사’까지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여권 지지층에 다시 한번 약속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우리 정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했다”며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야권은 “대통령의 돌격 명령” “전쟁개시 선언”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조인 변호사 자격을 갖고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분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전쟁개시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검찰총장 징계와 공수처 입법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VIP 지시사항”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이상헌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