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안 하고 낮술 회식은 하고… 하~ 우리 회사

입력 2020-12-08 00:03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방역 당국의 재택근무 권고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선제적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등 일반 기업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서울의 한 직장인 유모(30)씨는 지난 6일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발표 후 “재택근무는 권고이기 때문에 8일 이후에도 정상근무”라는 내용의 사내 메시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대구에서 신천지 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한 달 동안 재택근무를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지난달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때는 ‘확진자 증가 폭이 크지 않다’며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다. 유씨는 7일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다들 경계심이 무뎌진 것 같다”면서 “권고조치라지만 최근 많은 확진자가 나오는데 조금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르면 8일부터 시행되는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재택근무는 권고 수준이다. 직장근무의 경우 3분의 1 이상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하지만 앞서 2번의 대유행 단계를 거치면서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2.5단계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필수 인력 제외 재택근무가 의무사항으로 전환되는 것은 전국적 대유행 수준인 3단계부터다.

올해 재택근무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 영업직 회사원 김모(33)씨는 “직무 특성상 매일 재택근무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틀 정도는 서류처리 업무를 하는데 마스크도 안 쓰는 일부 동료를 보면 사무실에 들어가기 꺼려진다”고 했다. 그는 “서류처리 업무는 재택으로 처리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심지어 오후 근무를 빨리 마무리하고 회식을 하는 회사도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28)씨의 부서는 지난 4일 오후 5시부터 음식점이 문을 닫는 오후 9시까지 4시간여 동안 술을 곁들인 연말 회식을 했다. 김씨는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많은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라면서 “재택근무는 차치하고 회식이라도 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재택근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74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재택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 수준인 53.9%였다. 이 가운데 대기업 직장인의 재택근무 경험 비율은 82.1%로 매우 높았지만 중소기업은 43.8%에 그쳤다. ‘재직 중인 회사가 거리두기 단계 및 정부의 권고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도 44.9%를 기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