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업무 담당자들 “즉각분리 제도 시행 시급”

입력 2020-12-08 04:08
게티이미지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4일 생후 16개월 아동 학대치사 사건 담당자들을 대거 징계했다. 3차례 학대 신고를 받고도 부실한 초동 대처로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사건 담당자에 대한 단발성 문책만으로는 잇따르는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 예방업무 담당자들이 적극적인 초동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장의 아동학대 예방업무 담당자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즉각분리 제도’ 시행을 꼽는다. 학대가 의심되고 재학대 위험성도 있다면 구체적인 학대 정황을 포착하지 못한 경우라도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을 전담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지금도 아동학대처벌법상 임시 조치를 적용해 분리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증거 확보가 어려운 사태 초기에 APO(학대예방 경찰관)나 담당 수사관들이 적극적인 초동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7일 “영미권에서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영장 없이 체포할 정도로 긴급한 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초기에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각분리 제도를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정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때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일시적인 공백이 발생한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아동학대 사건 대응 지침을 강화해 공백을 메운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2회 이상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아동 신체에서 멍·상흔이 발견되거나 2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나온 경우에는 학대 혐의 입증이 어렵더라도 아동학대처벌법상 응급조치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분리 조치를 취하도록 지침을 강화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청은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처벌법 개선도 추진 중이다. 우선 긴급 임시조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모가 긴급 임시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과태료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대신고 현장 출입·조사 근거 조항을 명확하게 다듬는 작업은 관계기관 협의가 완료된 상태다.

경찰청은 검사를 경유하지 않고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속한 피해 아동 보호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법무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반복되는 아동학대, 허점 어디인가]
▶(상)-①
▶(하)-①
▶(하)-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