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포스트코로나 한국교회 길을 묻다

입력 2020-12-08 03:01
코로나19란 신앙의 도전 앞에서 한국교회의 갈 길을 모색하는 세 번째 대담엔 국민일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목회자들이 마주했다. 박종화(75) 경동교회 원로목사이자 국민문화재단 공동이사장은 '반감에서 공감으로'와 '하나님의 거리두기'란 키워드를 제시했다. 최근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에 취임한 김의식(62) 치유하는교회 목사는 '치유와 화해'를 언급했다. 이들은 오는 10일 창간 32주년을 맞는 국민일보를 향해 "하나님과 세상을 연결하는 더없이 소중한 가교(Bridge Builder)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담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민문화재단 공동이사장인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왼쪽)와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인 김의식 치유하는교회 목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속 한국교회의 갈 길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성도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종화 원로목사=코로나는 세계적 전염병입니다. 팬데믹이므로 전 지구적 사건입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공통의 감염병입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와 같은 처지의 다른 이들을 위로하면서 함께 고통을 다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의식 목사=정부에서 방역 지침을 강화하니 교회에 나올 수 없게 제약이 가해졌습니다. 예배를 통해 영적 힘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영적 곤고함, 정신적 두려움, 경제적 어려움, 관계 단절 느낌까지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두려워 말라’고 전합니다. 야고보서 5장 15~16절에 “병이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고 말씀합니다. 강하고 담대한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원로목사=방역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분 인종 빈부에 있어서 아무 격차가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코로나를 겪습니다. 코로나 시대는 분명 신앙의 테스트 기간입니다. 악인 코로나와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이는 이기고 승리해야 할 대상입니다. 정신적으로 이기고 영적으로 이겨야 의학적으로도 이길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하나님이 모든 악을 이기신다는 점을 믿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경청하고 끝내 이기리라는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사역도 여러 변화를 겪는 중입니다.

김 목사=정부의 방역 지침 강화로 양면적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비대면 예배로의 빠른 전환이 하나고, 그런데도 성전예배를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교회 보수 진보로 관점이 달라져 분출됐습니다. 치유하는교회는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예배하는 방안을 지속했습니다. 코로나19는 일회성이 아니고 사스 메르스 에볼라 조류인플루엔자의 연장선입니다. 제2, 제3의 코로나가 이어질 텐데 앞으로의 위기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신앙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합니다.

박 원로목사=저는 ‘비대면 속의 대면’을 생각했습니다. 저부터 반성했는데, 저 자신이 언제 하나님과 대면해서 신앙생활을 했는가. 늘 비대면으로, 예배 때 모이는 청중을 통해, 남들을 통해, 다른 외부로 보이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게 아닌가. 그렇다면 하나님과의 대면을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은 성경 말씀 속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영적 눈을 뜨고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도록 성경을 책이나 교리, 이론이 아닌 생명의 말씀으로 읽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쳤습니다. 신앙인들이 과거 일부 목사님의 설교만 듣고 형식적 예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신앙을 외면화하는 것 말고, 코로나19를 통해 내면의 하나님을 직접 대면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내 의견이 갈리는 지점에 대해 갈등만 증폭되고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원로목사=코로나19로 응어리졌던 갈등이 첨단화되고 분노로 표출되곤 합니다. 하지만 싫든 좋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 함께 산다는 건 서로 다른데 차이를 인정하는 겁니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아래서 삽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 내 안에 계시고 당신 안에 계시고, 또 우리 둘 사이 관계 속에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관계를 믿음으로 소망으로 사랑의 관계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게 공감입니다. 요한복음 17장 21절은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라고 말씀합니다. 느끼되 같이 느끼는 연습인 공감이 필요합니다. 공감을 위해선 반감을 없애야 합니다. 반감에서 공감으로,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고 그 중심에 하나님을 두자는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김 목사=갈라디아서 3장 28절도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도 공동체 의식이 약화한 것은 안타깝습니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니 성격이나 행동으로 터져 나오곤 합니다. 치유와 화해 운동이 절실합니다. 상처의 감정들을 주님 앞에 쏟아 놓고 서로 상처의 피해자이자 희생자임을 기억하며 하나님 사랑을 체험해 용서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나라와 민족의 치유와 화해에 앞서 교회 먼저 화해하고 치유되어야 합니다. 목회 현장에서 목사와 장로, 교인과 교인 사이의 갈등과 불화가 극심한 게 현실입니다. 저는 치유상담학을 전공해 21년간 치유 목회를 해오고 있는데, 교회가 먼저 치유돼야 교단 및 연합기구 나아가 사회까지 치유와 화해를 이끌 힘이 더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 원로목사=코로나 시대는 질병의 시대이기에 치유가 역시 중요합니다. 한국의 K방역 요체를 생각해 보니 ‘3T’입니다. 먼저 검사(Test)가 신속했습니다. 이후 감염자 추적(Trace)도 공동체 협조 속에 잘 이뤄졌습니다. 개인 정보에 대한 침해라고 본 서구와 달랐습니다. 그에 따른 처방(Treat)이 적절했습니다. 여기에 이젠 맨 앞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과 맨 뒤 질병 치료를 위한 치유가 보태져야 합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까지 한국이 앞선다면 세계가 한국을 더욱 높이 볼 것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원받기 위한 예방형 활동으로 하나님 나라 맛보는 것이 교회입니다. 치료는 죄악 속에서 하나님 말씀의 은혜로 살균하는 것입니다. 치유와 예방이 같이 가야 하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나님의 거리두기 기회로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거리두기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거리를 두고 봐주라는 겁니다. 내가 지배하거나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대신 하나님의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나와 남 사이에 하나님이 있게 하자는 겁니다. 나와 남,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가면 서로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말씀을 통해 진정한 거리두기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창간 32주년을 앞둔 국민일보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목사=1977년 1월 대학교 1학년 말 때 원인 모를 병에서 회복하며 헌신을 서원했습니다. 장로교 집안의 장로 권사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대학 시절 성서침례신학교 야간 과정을 다녔고 이후 장로회신학대 신대원에 진학했습니다. 전도사 시절에는 주일 오후 사역을 마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아 예배하곤 했습니다. 성령의 역사와 갈망이 담긴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민일보를 구독하면서 기독교 전반에 대해 읽고 볼 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연계를 가장 잘 모색하는 신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미션어워드 올해의 목회자상에 이어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으로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원로목사=코로나19로 국민일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국민일보는 브리지 빌더입니다. 가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세상을 연결하는 가교, 기독교와 세계의 가교입니다. 신문은 신학도 사상도 아니고 매체일 따름인데, 이 연결해주는 매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이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갈등으로 치닫는 한국사회에서는 진영만 앞서지 이들이 서로 만나고 방문하고 현장을 살필 다리가 매우 부족합니다. 오작교가 있어야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다리가 있어야 만나서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한국사회는 다리가 거의 없습니다. 사랑 진실 인간이란 사시를 가진 국민일보가 공동체적 결속의 다리, 미움과 갈등이 있는 곳에 사랑을 놓는 가교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