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통신장비 쓰면 미군 철수 고려”

입력 2020-12-07 04: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군 인사들과 추수감사절 화상회의를 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합의안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G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서 병력과 주요 군사 장비 배치를 재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조항을 포함했다. 국방수권법 합의안은 지난 2일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도출됐으며, 수일 내 의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에서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쓰이는 만큼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새 조항에 따라 미 국방부는 부대와 장비 등 전력을 배치할 때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가 지닌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 그 지역에 주둔하는 인원이나 장비, 작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통신장비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수권법의 새 조항은 특히 중국 화웨이와 ZTE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의 5G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 우방국들에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이들을 배제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이 같은 압박에 따라 영국은 기존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폐기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웨덴 등도 중국제 5G 통신망 설치 거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수권법이 통과되면 한국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여부는 민간 기업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중국제 통신장비 배제 등 반중 전선 구축을 위한 ‘클린 네트워크’ 가입국이 50개국을 넘어가고 미국도 한국에 가입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언제까지 불개입 원칙을 내세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은 SCMP에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며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 관계와 중국과의 무역 동반자 관계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한미 국방당국은 주한미군 전력 운용 문제에 대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 의회의 국방수권법 입법 동향과 관련해 미 국방당국으로부터 현 주한미군 전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국방수권법 합의안에는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견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합의안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독일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감축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 지역에서 주둔 미군 병력을 현 수준 이하로 감축할 경우 국방장관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120일 전에 제출하게 하는 조항이 여야 합의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지훈 손재호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