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는 고사하고… 공연·영화계 ‘악몽의 시간’

입력 2020-12-07 04:06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문화예술계에 암운이 짙어졌다. 서울시가 문화시설 운영을 오후 9시 이후 중단하면서 영화관이 프라임 시간대 영업을 못 하게 됐고, 뮤지컬 등 공연도 객석 띄어앉기 여파 등으로 줄줄이 멈추고 있다. 사진은 예술의전당 객석 방역 작업 모습. 뉴시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으로 문화예술계가 멈춰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기지개를 켜던 공연계와 영화계는 언제 끝날지 모를 방역 조치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지난 5일부터 이미 2.5단계에 버금가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서울시가 중점관리시설에 더해 영화관 등 문화시설 운영을 오후 9시 이후 중단하기로 하면서다. 세종문화회관·남산예술센터를 포함한 시와 투자출연기관 운영 공공문화시설 66곳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과 서울시무용단 ‘더 토핑’(S씨어터)은 조기 종연됐다.

민간 뮤지컬도 줄줄이 1~2주 공연 중단을 공지했다. 당초 서울시는 오후 9시 이후 집합 금지 대상에 공연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제작사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우려로 공연을 중단했다. 여기에 오후 9시 이후 대중교통 3할이 감축 운영돼 평일 오후 10~11시쯤 끝나는 공연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5~20일, ‘고스트’는 5~19일, ‘노트르담 드 파리’는 9~13일 공연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날들’ ‘호프’ ‘젠틀맨스 가이드’ 등은 공연 중단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계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두 차례나 연기됐던 피아니스트 김선욱 독주회가 또다시 미뤄졌다.

여기에 정부가 6일 올 연말까지 3주간 2.5단계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공연계에서는 “무대를 완전히 올릴 수 없게 됐다”는 비명이 나온다. 핵심은 좌석 거리두기다. 일행 간 붙어 앉되 다른 관객과 띄어 앉는 1.5단계와 한 좌석씩 띄어 앉는 2단계(‘퐁당제’)에 더해 2.5단계는 두 자리를 띄어 앉는 ‘퐁퐁당제’가 적용된다. 산술적으로 객석의 30% 정도만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객석을 모두 채워도 제작비 보전이 어렵던 연극계와 객석점유율 7할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뮤지컬 분야는 2.5단계를 사실상 종연 조치로 보고 있다.

매해 연말 무대를 꾸미던 대규모 스테디셀러 공연은 고심이 더 크다. 2.5단계 50인 이상 집합금지가 공연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진행하기에 부담이 따라서다. 서울시향은 오는 18~20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올릴 예정이다. 당초 합창단만 100명 넘게 출연하는 ‘합창’을 축소해 24명만 출연하지만, 오케스트라까지 포함하면 약 60명이 돼 편성을 추가로 줄여야 할 수도 있다. 11~12일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은 퐁퐁당제를 적용해 진행하고, 12·16일 ‘한화클래식 2020’은 30%가량 열었던 티켓을 취소하고 무관중 생중계 전환을 검토 중이다. 각각 18일과 19일 개막하는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공연도 코로나19 확산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후 9시에 영업을 끝내는 영화관도 고민이 깊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인 오후 7시를 활용할 수 없어서다. 영화 러닝타임은 대개 2시간이지만 영화관 마감 등을 고려하면 오후 6시에 상영을 시작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상당한 적자를 본 영화관에 치명적인 조치다. 현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화예술계는 방역 조치 완화 시점조차 알 수 없어 한숨을 쉬고 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이 예년의 10%도 안 된다. 3~4개월씩 준비하던 공연이 엎어지는 일들이 반복돼 답답하다”며 “2.5단계가 지속하면 근근이 버티던 회사들도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