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가던 ‘낙도 교회’ 온정으로 다시 세워진다

입력 2020-12-07 03:01
낙도선교회의 도움으로 지난달 전남 완도 백일도교회 지붕이 수리되는 모습. 낙도선교회 제공

낙도(落島)는 육지와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일상화된 서비스,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끄트머리에 있는 곳이다. 낙도선교가 ‘땅끝 선교’라 불리는 이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교회가 대면예배 축소, 헌금 감소 등의 위기를 맞으면서 낙도선교도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낙도선교회 대표 박원희 목사는 지난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교회 후원금이 전년 대비 25% 정도 줄었다”며 “특히 올해는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태풍도 잇따라 육지에 비해 보호막이 부족한 낙도 주민과 사역현장에 예년보다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낙도에서 펼쳐지는 단기선교도 움츠러들었다. 총신대 신학생들이 1984년부터 진행해 온 낙도단기선교에는 지난여름 20명이 참가했다. 평균 참가자 수를 밑돌았던 지난해(50명)에 비해서도 60% 줄어든 수치다.

국내 섬지역에 교회를 짓고 사역하는 곳은 300여개. 박 목사는 “사역 환경이 워낙 열악해 교회 지붕, 외벽, 사택 등 매년 20여 교회를 수리해주는데 앞으로 10년이면 한 번씩은 수리가 끝날 것”이라며 “늘 어려움 가운데서도 잊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교회와 성도들이 있기에 사역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에서 뱃길로 30분 떨어져 있는 상마도도 여러 지역 교회들이 힘을 모은 끝에 무너져 가던 교회가 세워지고 있는 곳이다. 김석진(69) 상마교회 목사는 “남서울교회 수영로교회 오륜교회 군산말씀기도교회 인천필그림선교회 등 여러 곳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섬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제(堂祭)와 우상숭배가 만연했던 상마도에 처음 교회가 세워진 건 32년 전이었다. 상마교회가 세워진 뒤 조금씩 섬이 복음화되고 당제도 폐지되면서 활발하게 선교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급기야 10년 동안 사역했던 목회자가 2018년 12월 섬을 떠나면서 공백기가 생겼다.

김명숙(59) 사모는 “지난해 3월부터 육지와 섬을 오가며 교회 설립 멤버인 김병석 집사와 함께 다시 교회를 세울 준비를 했다”며 “교회 화장실 변기에서 뱀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열악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전남 고흥 화도교회 예배당 천장 수리가 진행되는 모습. 낙도선교회 제공

어느 교회는 예배당 창문, 또 어느 교회는 강단과 화장실 등을 맡아 고쳐줬고 지난 9월부터는 사택을 공사 중이다. 김 사모는 “도로가 없어 리어카로 건축 자재를 실어 날라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이 과정 자체가 기적이고 은혜”라며 “다시 세워져 가는 상마교회에서 전도의 문이 열리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이름도 빛도 없이 낙도의 선교 현장을 위해 사랑을 흘려보내주는 이들이 복음을 모르고 살아가는 낙도 주민들에게 구원의 씨를 뿌려준다”며 “이 시대의 성도들이 선교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땅끝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