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는 사법부 공격인가

입력 2020-12-07 04:01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정치인도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5일 페이스북 글은 황당하다. 우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자료 444개를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도를 넘었다”며 법원을 비난했다. 우 의원은 “국민의 생명권을 경시해가며 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감사원, 검찰의 행태에 법원까지 힘을 실어준 데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감사원,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야합했다는 뉘앙스다. 4선 중진 의원의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수사 및 영장 청구는 타당성과 적법성, 절차적 정당성 등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이들 공무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은 지난 10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관한 감사 보고서’에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감사원이 이런 감사 방해 행위를 눈감고 넘어갔다면 후일 직무 유기로 문제가 됐을 것이다. 또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검찰이 이를 뭉개야 하는가.

대전지법의 구속영장 발부 근거도 명확하다. 영장 전담 판사는 산업부 국장과 서기관 등 2명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구속영장 발부 요건’에 들어맞는다.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 가운데 서기관은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 추궁당하자 “신내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혐의자에게도 영장을 발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우 의원은 “대통령의 공약까지 사법적 대상으로 삼는 데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이라도 법과 규정에서 정한 합당한 절차를 밟아 집행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우 의원의 이번 법원 비난이 1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 실패와 여러 스캔들로 어려움에 부닥친 여권이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공격하고 길들이려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 여당 법사위원인 김남국 의원이 전화 통화에서 검찰의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예사롭지 않다. 김 의원은 지난주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 (판사가 아니라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움직여줘야 한다. 여론전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나라의 기틀 중 기틀이다. 아무리 정치적 이해에 민감하더라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 선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