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 의미와 전망

입력 2020-12-07 04:05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에 회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온갖 법적 쟁점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징계 회부의 정당성에 대한 내용적 쟁점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징계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절차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윤 총장의 검사징계법 헌법소원 청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국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서는 이를 징계위 구성의 위헌성 내지 징계절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합리적 대응으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검찰총장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거나, 징계절차의 정당성을 다투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는 견해 등이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윤 총장의 핵심 주장은 “검사징계법 제5조 제2항 제2호, 제3호는 검찰총장인 검사의 징계에 적용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즉, 징계위 구성에서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과 차관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을 장관이 지명하는 것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는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서 주목할 점은 해당 조항을 일반적으로 위헌으로 보지 않고, 검찰총장이 징계대상자인 경우에 한정해 위헌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에 대한 징계절차의 경우에는 이 조항이 합헌일 수 있지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징계에 회부하는 상황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선임한 위원들로 징계위가 구성되는 것이 징계위의 편파성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조항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징계에 회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이런 조항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사 징계의 정상적인 절차는 검찰총장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진행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견하지 못했던 사태에 직면해 이 조항의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났으니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해당 조항의 무효로 인해 입법적 공백이 문제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는 윤 총장에 대한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윤 총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한정위헌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가장 눈에 띄는 비판은 ‘헌법소원은 검찰총장의 지위 보장용이 아니며, 국민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절차’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고위공직자라 하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이며, 국민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기했던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었다. 만일 검찰총장의 권한에 관한 다툼이라면 권한쟁의 심판이 필요하겠지만, 공무담임권이라는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침해됐음을 다투는 것이라면 헌법소원 청구가 인정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가 갖는 전략적 의미에 대한 논의는 법적 정당성 판단과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적 기준에 따른 정당성 여부만을 판단해야 할 것이며, 현재와 같은 징계위 구성이 합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이 청구한 해당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징계위가 열리는 10일 이전에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는 달리 헌법소원의 경우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에 의한 청구요건(적법요건) 심사를 거친 이후에 9인의 재판관이 함께 심사하는 전원재판부의 결정까지 있어야 하므로 소요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다만,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 등으로 인해 징계위의 기일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은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해야 하지만, 천려일실이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럴 때마다 법을 고치거나 판례로 보충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이번 경우도 결국 둘 중의 하나가 선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마무리는 추 장관이 무리한 징계 회부를 취소하고 순리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