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인 이경호(61·사진)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오직 사랑만이 더 안전한 사회, 더 온전한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NCCK 제69회기 주제가 요한복음 13장 34절 말씀에 기초한 “새 계명의 길을 걸으라”인 점을 소개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 없이는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로 많은 아픔과 갈등을 겪었다”면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태원 확산 사례에서 나타난 외국인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 교회에서의 감염 사례로 인해 교회마저 혐오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이 회장은 “뼈아픈 경험”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보며 혐오와 차별은 우리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면서 “오직 사랑만이 새 계명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NCCK가 힘써야 하는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그는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정치적 갈등, 경제적 불평등, 군사적 대립, 자연의 파괴를 넘어 ‘서로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둘째로 “약자와 소수자의 지지자가 되겠다”면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자기 땀의 열매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농민들, 사회적 소수로 취급받는 여성과 어린이들, 기본적 존엄이 위협받는 이주민들, 온갖 차별 속 장애인들과 여러 소수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적 회복을 NCCK 사업의 긴급 우선순위로 둘 것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피조세계 전체가 탄식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온전한 창조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넷째와 다섯째 과제로 교회의 갱신과 더불어 교단 간 상호 존중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신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성공회대에서 수학하며 사제와 주교 서품을 받았다. 경력 자체가 교단을 넘나든 에큐메니컬의 길이다. 이 회장은 “이른 시기부터 성공회 사제를 꿈꾸었으나 신학적 훈련을 위해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한신대에서 수학했다”면서 “여러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한신대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NCCK 회원 교단마다 온도 차가 있는 점에 대해 이 회장은 “다양한 위원회를 통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중요하긴 하지만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를 볼 때 여러 이슈 중 하나”라며 “교단이 가진 소중한 전통을 존중하면서 한국교회의 더 큰 역할을 위해 연합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