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택배 기사

입력 2020-12-07 04:02

우리 주위에는 아무도 눈여겨봐 주지 않지만 힘들게 일하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택배 기사도 그런 분들이다. 중요한 물건을 취급하는 사람들이니 남이 일을 나누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택배 기사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물품을 분류하고 스스로 운전을 해 개인에게 배달한다. 택배로 물품을 배달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집을 비우고 외출해야 하기에 고맙다는 인사치레도 할 수 없었다. 간단하나마 참이라도 할 수 있도록 음료수와 파이를 봉투에 담고 나무 상자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쪽지를 적었다.

“택배 기사님. 물품 배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음료수를 준비했으니 목을 축이세요.” 이렇게 쓰고 귤 몇 개도 함께 담았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배달된 상자 위에는 봉투가 그대로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기사가 쓴 답신이 들어 있었는데 “고객님.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 가지고 싶지만 음료수 한 개와 후덕한 마음만 받겠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기사들에게 나누어 주세요.” 얼마나 바빴으면 쪽지 뒷장에 글씨를 흘렸을까.

기온이 떨어지는 때, 자신의 건강까지 해치면서 묵묵히 일을 하는 분들. 우편집배원, 신문배달원, 환경미화원, 출근 때마다 교통정리를 하는 모범택시 기사님, 모두 고마운 분들이다. 택배 물품 무게를 최대 20㎏ 또는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은 혼자 들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그럼에도 무거운 상자는 옮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상자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을 뚫어달라는 게 택배 기사들의 오랜 요구다. 지난달 23일부터 우체국 택배는 7㎏ 이상 물품일 경우 구멍 손잡이 박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민간 분야로 확산되진 못하고 있다. 구멍을 뚫으면 내용물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을 보호하는 일이 먼저 아닌가. 택배 기사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형제이며 이웃이다. 저들이 건강해야 우리의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진다.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오병훈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