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위·대장암 내시경 수술 활발… 암 부위만 살짝 벗겨내

입력 2020-12-07 19:29
이화여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홍지택 교수가 위암 진단을 받은 40대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을 집도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위암과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1, 2위(2017년 기준)를 다투는 대표적 암이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과 흡연, 음주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의 영향이 크다. 다행히 조기 발견을 통해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조기 발견율은 위암 61.6%, 대장암 37.7%로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고 5년 생존율(위암 76.5%, 대장암 76.2%)도 비교적 높다.

이렇게 생존율이 높은 것은 위, 대장 내시경검사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국가 암검진과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전에는 쉽지 않았던 80세 이상 고령층의 위, 대장암 진단과 수술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위, 대장암이 발생 부위에 국한되고 주변 림프절로 퍼지지 않은 경우 큰 수술 필요없이 내시경 검사를 받으며 동시에 간단히 암 덩어리와 암 전단계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자리잡았다.

조기 위암 30~40%, 내시경만으로 제거

위 점막과 점막하층에 암이 머물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 위암(1기)은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이 일반적으로 시행된다. ESD의 5년 생존율은 93~96%로 수술(위절제술)과 비슷하다. ESD는 2007년 신의료술로 선정된 후 비교적 큰 조기 위암에서도 근치적 치료법으로 확립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위암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평가 대상자의 32.6%가 내시경 치료를 받았다. 2018년 11월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암환자는 비용의 5~10%, 암 전단계 등 그 외 시술 환자는 80%만 내면 된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병변이 발견되면 ESD시술 대상인지 판단한다. 해당되면 내시경을 통해 칼을 집어넣어 암세포가 있는 부위만 마치 생선회를 뜨듯 살짝 벗겨낸다. 위를 보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흉터가 남지 않고 개복이나 전신마취가 필요없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표준 치료법인 위절제 수술은 암이 있는 위 전체나 부분을 잘라내기 때문에 정상 위 기능이 상실되고 그러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ESD는 위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홍지택 이화여대목동병원 위대장센터 교수는 7일 “조기에 위암이 진단된 환자의 30~40%가 ESD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보급된 조기 위장관암 내시경 치료 지침에 따르면 위암의 경우 ‘분화형 선암’(정상세포와 비슷하게 생긴 유형)이고 궤양이 없으면서 내시경으로 봤을 때 점막 아래층 침범이 의심되지 않는 지름 2㎝ 이하 암일 경우 ESD의 절대 적응증이 된다. 최근엔 이보다 확대된 범위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조직검사 소견상 암이 위 점막하층 보다 깊이 침범해 있거나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ESD와 별도로 추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ESD의 큰 장점은 개복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고령층도 부담없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병원 정혜경 교수팀이 2005~2018년 65세 이상 위암 환자 576명 대상으로 치료와 장기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내시경 절제가 가능한 조기 위암의 경우 치료하지 않은 군은 치료군 보다 사망 위험이 9.4배 높게 나왔다. 고령·초고령 위암 환자 모두 적극적인 내시경 치료로 생존율이 높아졌고 삶의 질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다만 ESD는 수면(진정)내시경으로 진행되는 만큼 충분히 진정이 안되거나 중간에 깨는 등 협조가 잘 안 되는 환자, 심각한 심혈관계질환자 등은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SD의 좋은 성적이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내시경으로 떼어낸 자리에 암이 다시 생기거나(동시성 위암) 남은 위의 다른 곳에 암이 새로 자라는(이시성 위암)것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조기 위암과 위암 전단계(선종)를 ESD로 치료 후 추적 관찰했을 때 12.9%의 동시성 병변과 2.5%의 이시성 병변이 발견됐다. 국내 연구에선 이보다 비율이 높았다(동시성 20.8%, 이시성 20.1%).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내시경 절제의 경우 병변 부위 외의 위는 대부분 보존돼 암을 발생시킨 배경 점막(만성 위염, 장상피화생)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새로 발생할 위험성이 잔존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절제 수술은 위의 대부분을 잘라내 남는 위가 일부이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암이 재발하거나 딴 곳에 생기는 비율이 낮다.

위암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이나 흡연, 음주, 자극적 음식 등 여러 환경 인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해 만성 위염을 유발하고 점차 점막 위축과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함) 등 변성이 일어나면서 진행된다.

따라서 ESD로 완전하게 치료받았더라도 추가 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으면 없애는 치료를 받고 금연,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너무 짜거나 탄 음식 섭취 등 위암 고위험 식이도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 관찰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대장암 전단계서 예방적 절제 중요

대장암도 위암처럼 장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경우 내시경 치료 대상이 된다. 대장 점막에 혹처럼 생기는 용종(폴립) 중 암 가능성이 큰 ‘샘종’이 오랜 기간을 거쳐 암으로 바뀐다. 따라서 대장 내시경으로 샘종 단계에서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하고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 대장 내시경을 통한 용종 절제술로 대장암 위험을 76~90% 감소시킨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튀어나온 용종의 경우 보통 올가미로 걸어서 떼어내는 ‘내시경점막절제술(EMR)’을 시행한다. 일괄 절제가 어려운 초기 대장암은 위암처럼 내시경 특수 칼을 이용해 병변을 도려내는 ESD가 권고된다. 진행성인 샘종이 너무 커서 올가미로 잡기 어려운 경우 EMR 대신 ESD가 필요하다. 문창모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암은 다른 부위로 퍼지면 생존율이 급감하기 때문에 초기 발견 및 내시경 절제가 아주 중요하다”면서 “내시경 치료를 받았을 때 재발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고 말했다.

국가 암검진상 대장 내시경 검사는 만 50세 이상에서 1년 주기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 대장 내시경 결과나 가족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면 30대부터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