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장관’ 김현미 아웃… 文, 국토부 등 4개 부처 개각

입력 2020-12-05 04:01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부동산 정책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하는 등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동반사퇴론’이 제기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서울시장 출마 관측이 나오는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난맥상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정 쇄신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선 쇄신 의지가 안 보이는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민심을 수습하기엔 불충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4개 부처 장관 인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친문 핵심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각각 지명했다.

개각의 핵심은 부동산 정책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 장관의 교체다. 집값 상승과 전세대란으로 국민의 주거 불안이 극대화된 데다 최근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발언에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인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실적을 못 냈다거나 경질은 아니다”라며 경질설을 차단했다. 이 관계자는 “원년 멤버이고 맡은 소임을 다 했다. 다만 새로운 정책 변화 수요도 있는 상황이라 변화된 환경에 맞춰 좀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한 변화로 받아들여 달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과 함께 원년 멤버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물러난다. 후임으로 발탁된 권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 등 복지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전 의원은 이른바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로 불리는 친문 핵심 인사다. 전 의원 발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 위상이 강화된 상황에서 이를 총괄하며 권력기관 개혁을 잘 마무리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인 정 후보자는 대표적인 여성학자로, 참여정부 인사수석을 거치는 등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여권에선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말 연초 2차례 개각을 언급했던 만큼, 추 장관과 윤 총장 사태가 정리되고 정기국회에서 개혁 입법이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보궐선거 관련 인사 수요도 있다”며 추가 개각을 시사했다.

이번 인사로 내각 분위기 쇄신이 이뤄지고 악화된 여론을 달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추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오기 개각’이자 국정 쇄신 요구를 못 듣는 ‘사오정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김나래 박재현 기자 narae@kmib.co.kr